15일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88.23포인트(6.12%) 내린 7493.18에 장을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위기로 치달으면서 산업계 전반은 물론 금융시장 긴장감도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뿐 아니라 외국인 자금 흐름과 코스피 변동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 간 총파업 돌입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최근 회사 측 추가 교섭 제안에도 강경 입장을 유지 중이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노사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추가 대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역시 오는 16일 사후조정 재개를 공식 제안한 상태다. 사후조정은 노사 양측이 동의할 경우 법정 기한 제한 없이 재개할 수 있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와야 한다", "기존 입장 변화 없이는 교섭 불가" 등의 강경 반응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도 최근 "파업 종료 전까지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삼성전자 사장단은 15일 오후 이례적으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저희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들과 주주, 그리고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반도체는 다른 산업과 달리 24시간 쉼 없이 공정이 돌아가야 하는 장치 산업이므로 결코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산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노동조합을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조건 없이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장단 명의의 공개 사과문까지 낸 것을 두고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시장 충격 가능성을 의식한 대응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단기간 인력 공백만으로도 수율 저하와 납기 차질, 고객 신뢰 훼손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닛케이아시아 등 주요 외신들도 최근 삼성전자 노조 파업 가능성을 잇따라 보도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차질 가능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서버와 스마트폰, 자동차용 메모리 공급망 핵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IT 업계 전반의 가격 변동성과 납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업계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무디스와 S&P 글로벌 등 주요 신평사들은 최근 반도체 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AI 메모리 공급 안정성이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 상황에서 주요 공급사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빅테크 투자 일정과 서버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코스피 지수 상승 랠리 자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수급 개선과 AI 반도체 기대감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파업 장기화 시 외국인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 핵심 축이 AI 반도체와 삼성전자 업황 개선 기대였는데,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과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6% 넘게 하락하며 75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이 하루에만 6조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운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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