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상한폐지 실현하자'는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사진=연합)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앞에 섰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이 예고한 총파업이 오는 21일로 다가오면서 사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노조 모두 수십조 원의 생산 차질 피해를 경고하는 가운데, 사측은 '체질 개선'과 '조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영현 부회장 "지금은 마지막 골든타임, 외부 호황에 취하지 말라"
최근 취임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반도체 부문 임원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와 주문을 동시에 던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회사 전체 영업이익(57조 2,328억 원)의 9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범용 D램 및 낸드 제품의 가격 상승이 이끈 결과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지만, 전 부회장은 이러한 외부 업황에 따른 성과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에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항상 을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AI 수요 확대로 빅테크들이 메모리 확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공급자 우위에 따른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의식한 듯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지만, 경영활동은 유지돼야 하며 각 사업부가 경영 활동만큼은 공히 잘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흔들림 없는 생산 라인 운영 의지를 전달했다.
파업 앞두고 깊어지는 사내 분열… 사측 "참여 강요로 상처 주지 말라" 수습 나서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부문 간, 직원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가전·스마트폰·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은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성과급 투쟁에만 집착하고 자신들의 요구는 외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DX부문 조합원 수천 명이 노조를 탈퇴했으며, 일부는 노조를 상대로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내 메신저 프로필에 '파업'을 띄운 DS 직원들에 맞서 DX 직원들 사이에서는 'DS 파업반대'를 프로필에 넣자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사측은 각 부서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내 동요 차단에 나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부서장들에게 "쟁의행위 참여 여부는 직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압박이나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부서원이 없도록 관리를 당부했다.
특히 폭행·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설득을 금지한 노동조합법 제38조 제1항을 인용하며 ▲의사에 반하는 반복적 참여 요구 ▲원치 않는 참여 여부 확인 및 공개 ▲타인의 근태 무단 조회 등으로 부담을 느끼는 부서원이 있는 경우, 즉시 회사에 공유하거나 '조직문화 SOS'를 통해 관련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공지했다. 이에 일부 부서장들은 직원들에게 공지를 전달하며 "팀원들 서로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상호 존중을 호소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성과급(OPI) 투명화 및 제도화, 상한폐지 요구에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멈추면 대한민국 멈춘다"…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물밑 검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정치권과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향자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반도체는 한 기업의 사유재산이 아니며, 국가 기간산업을 멈춰 세우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노조의 파업 예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 후보는 "반도체 공급망은 대한민국 경제를 넘어 세계 경제와 직결된 사항"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노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 역시 최후의 카드인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넘게 줄어들 수 있다는 JP모건 등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노조 집행부를 면담한 데 이어 16일 경영진을 만나는 등 노사 협상 재개를 위한 '투트랙 전략'을 펼치며 파국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신자현 기자 jahyeon65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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