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최근 기록적인 경영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섰다. 전 부회장은 현재의 반도체 호황을 당연한 결과가 아닌 ‘위기 극복의 마지막 기회’로 규정하며, 임원들에게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을 강력히 주문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DS 부문 임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며 올해 1분기 달성한 사상 최대 실적 등 외형적 성과에 안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1분기 5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의 94%를 책임지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8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전 부회장은 이러한 실적 회복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가격 상승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냉정히 진단했다. 이는 올해 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숫자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위기론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에 대해 ‘공급자 우월주의’를 경계하고 고객사와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성과는 고객이 만들어 준 결과”라며 “항상 을의 자세로 고객의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고객사의 목소리를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품질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사업부에도 업의 본질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기술적 상향 곡선을 그려나갈 것을 당부했다.
이번 메시지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조직 내외의 긴장감이 고조된 시점에 나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파업이 강행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40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 부회장은 “여러모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영 활동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임원들이 앞장서서 생산 라인 가동과 공급 안정성을 확보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 역시 삼성의 생산 차질 여부를 예의주시하며 상황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이번 행보가 실적 호조라는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기술 격차 축소와 내부 결속 저하라는 실질적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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