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현금 지출 부담 완화, 직원은 주가 상승 시 자산 형성
성과와 주주가치 연결해 미래 가치 증대를 위한 공동의 노력 유도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일을 코앞에 두고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그 가운데,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점에 이목이 모인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승주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일을 코앞에 두고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그 가운데,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점에 이목이 모인다. 빅테크식 보상 모델로 장기적인 성과를 유도함과 동시에 인재 유출을 막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등 잠정 합의안 마련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포함한 2026년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외에 사업성과 연동형 특별경영성과급 체계를 새로 만들 뿐만 아니라, 지급 상한을 사실상 없앴다.
노사는 특별경영성과급의 적용 기간을 향후 10년으로 설정했다. 영업이익 달성 기준으로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은 매해 DS부문 200조원을 넘었을 때 성과급이 지급된다.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매해 100조원을 달성할 경우 충족된다.
특별경영성과급 배분 방식은 ‘공통 부문 40%, 사업부 60%’로 정해졌다.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로 정해졌다. 다만, 적자 사업부인 비메모리 부문에 대해서는 2027년부터 공통 부문 지급의 60%까지만 제한적으로 받도록 상한선이 씌워졌다.
◇ 성과급, 전액 자사주 지급으로 장기 성과 유도
특히, 성과급은 세금을 제외하고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회사로서는 성과급을 현금으로 대량 지출하는 부담을 줄였다.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부담을 덜었다. 또한, 직원들에게 주식을 쥐여줌으로써 장기적인 성과를 유도할 수 있다.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해 차익을 누릴 수 있게끔 했으나, 3분의 2는 보호예수가 묶여있다는 점이다. 즉시 매각 가능분이 3분의 1, 1년간 매각 제한분이 3분의 1, 2년간 매각 제한분이 3분의 1이다. 주식을 일정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급하며 인재 유출을 묶는 동시에 직원들로 하여금 충성심을 함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으로서는 이번 협상을 통해 금액 상한선을 폐지하는 데 뜻을 이뤄냈다. 비록 성과급을 현금으로 수령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상승할 경우 더 큰 자산 형성이 가능하다.
◇ 올 한 해 영업이익 340조원 전망...DS 메모리사업부 성과급 6억원 추정
삼성전자가 올 한 해 3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을 토대로 할 때, DS 핵심으로 꼽히는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급 규모는 1인당 6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금 공제 후 약 3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 주가가 21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29만9500원에 마감한 것을 토대로 단순 가정해 보면, 메모리사업부는 3억원 기준 약 1001주를 수령한다. 주가가 10% 상승할 경우, 보유 자산도 약 3000만원 늘어난다.
다만, 주가가 변동성을 띠는 만큼 지급 시점의 주가에 따라 실제 수량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성과를 연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은 만큼, 기존 OPI와 동일한 연간 실적 사이클(2027년 초 지급)을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해외 기업처럼 주가 연동 보상 강화...미래 가치에 대한 상호 관심 증대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한 바 있다. 다만, 이전에는 일회성 보상 성격이 강했다. 이번에는 장기 성과 공유, 주가 연동 보상 성격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보수적 성과주의 체계가 새로운 분배 질서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 사이 정착된 글로벌 표준 보상 모델과 닮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와 주주가치를 연결하고, 장기 인센티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특징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나눠서 지급하는 베스팅 구조를 활용한다. 5/15/40/40 구조를 활용, 1년 차에는 5%, 2년 차에는 15%, 3년 차 40% 4년 차 40%로 초반에는 적고, 3~4년 차에 몰아서 지급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노사의 공동 이익이 생긴 것으로서 미래 가치에 대한 상호 관심을 더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 증권가선 “삼성전자, 주가 상승 탄력 높다” 전망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업 관련 우려가 주가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견해와 함께 주가 상승 탄력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파업, 성과급 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진단하면서도 “이 우려는 이미 주가에 꽤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부족 상황에 삼성전자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시장은 위험을 메모리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파업 리스크로 인해 경쟁사 대비 주가가 눌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해소될 때 주가 상승 탄력은 경쟁사보다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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