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 깬 1분기 영업익 50조 돌파···韓기업史 최초
메모리 초호황이 실적으로 터져···영업이익률도 40%↑
[포인트데일리 윤은식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역사상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시장 기대치를 100% 이상 만족시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업황이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들어선 데다 기술 경쟁력까지 회복하면서, 반도체 사업이 이번 '경의로운' 실적을 주도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가 끌어올린 '사상 최대' 성적표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매출액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조10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데 이어 이번에도 '신기원급' 실적으로 두 분기 연속 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9조2000억원 늘어 4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조1000억원 불어나 184.6% 뛰었다. 단순 계산으로 4월 기준 시가총액 약 14조~15조원 규모인 효성그룹을 통째로 3번이나 인수하고도 약 5조원이 남을 만큼 엄청난 규모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도 머쓱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 117조1336억원, 영업이익 38조1166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각각 13.5%, 50.1% 웃도는 잠정 실적을 내며 시장 전망을 크게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률도 43%를 기록했다. 반도체 초호황기로 불리던 2018년 1분기와 2018년 3분기도 각각 약 25.8%, 26.8% 수준이었다. 과거 분기와 견줘 월등히 높은 수익성이다. 이는 단순히 많이 팔았다는 것보다는 '훨씬 비싸'게 팔고 '훨씬 많이' 남긴 분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매출 증가보다 수익성 개선 폭이 훨씬 커 돈 버는 힘 자체가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수치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시장은 주력인 반도체가 실적을 이끌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부분에서만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전 분기와 견주면 3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AI 투자 확대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불어난 데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까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실적이 한쪽으로 강하게 쏠린 셈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폭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1분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전 분기보다 약 90% 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달성한 1분기 영업이익률도 결국은 메모리 업황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메모리 초호황…세트 사업과 온도차 뚜렷
반면 세트 사업은 온도차 극명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핵심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추정된다. 1년 전 같은 기간 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2026년 1분기 잠정 영업이익 추이.사진=포인트데일리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직전 분기 6000억원 적자에서 다소 나아졌더라도, 이번 1분기 역시 적자이거나 많아야 소규모 흑자에 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가운데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원 안팎, 하만이 2000억~3000억원 수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호황이 짧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AI발 메모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능력을 갖춘 데다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한 번에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수요가 급할 때 물량 대응과 고객 맞춤형 공급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클의 수혜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경쟁력 회복 조짐도 시장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AI 반도체 경쟁이 성능 싸움에서 공급 안정성과 패키징 역량 경쟁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양산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뒤쫓는 삼성'이 아니라 다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증권가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202조원에서 302조원으로 50% 높여 잡았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HBM 경쟁력 회복, AI 서버 투자 확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 실적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도 달라졌다. '회복하느냐'에서 '이번 초호황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로 관심사가 이동했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김연준 연구원은 "HBM 기술 리더십 회복 및 파운드리 업황 개선으로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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