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노조 공식 선언한 초기업노조, 다음달 18일 총파업 예고
하루 1조원 손실 전망…노사 갈등이 생산·공급망 리스크로 확산
HBM4 양산·수출 호조 국면에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겹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상희 기자
[포인트데일리 권상희 기자]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임금·성과급 협상 차원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번지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17일 과반노조를 공식 선언하면서 협상력은 한층 커졌고,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로 인해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 양산 출하와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반도체 초격차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변동성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17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이날 서울 서초사옥 앞 기자회견에서 조합원 7만5000여명을 확보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과반노조가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3일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결기대회를 연 뒤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위원장은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 손실이 20조~30조원, 하루 기준으로는 약 1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손실 규모는 노조 측 추산이다.
◇ 과반노조·총파업 카드, 왜 지금 더 무겁나
노조는 반도체 사업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설정하고,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 구조를 사실상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매출과 영업이익 국내 1위 달성 시 경쟁사 이상 수준의 특별 포상을 보장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일회성 보상보다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이 더 민감한 이유는 타이밍이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38.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5% 급증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한국 반도체가 생산과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려야 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 생산현장에 장기 파업 가능성이 드리운 것이다.
여기에 노조는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평택 생산거점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특성상 한 번 멈추면 재가동과 품질 안정화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업계에서는 점거 행위나 공정 중단이 단순한 노사 대립을 넘어 공급 차질과 고객사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상희 기자
◇ 블랙리스트·가처분 신청…명분과 대응 충돌
삼성전자도 강경 대응에 들어갔다. 회사는 16일 수원지법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생산라인 점거,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 등 불법행위를 막아 생산 차질과 대규모 손실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은 존중하되 생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의 파업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른바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겹쳤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메신저방에서 부서명·성명·사번·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조합원이 80%가 넘어가면서 각 부서에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본인 부서 사람들의 가입 여부를 체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고, 회사가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회사에 선제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보상체계 개편 없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회사는 생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협상이 장기화할수록 이번 갈등은 임금교섭을 넘어 생산 안정성, 공급망 신뢰, 투자 여력까지 흔드는 변수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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