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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회계 장부상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자본으로 재분류됐지만 정작 주주와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갈 몫은 요원한 모양새다. 감독당국의 건전성 규제 장벽과 과거부터 쌓여온 막대한 결손금이라는 방어막이 겹치면서 배당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17일 삼성생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일탈회계를 중단하고 기존에 부채로 인식하던 17조원 규모의 유배당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을 자본으로 편입했다. 과거 금융당국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회계 처리를 접고 IFRS17 원칙을 적용한 결과다.
일반회계상으로는 약 17조58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전액 자본으로 전환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표면적으로 상승해 시장의 밸류업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실제 보험사의 체력을 평가하고 배당 여력을 통제하는 감독회계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킥스 산출 시에는 재무제표의 변화와 무관하게 향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있는 자금이라면 여전히 부채 성격으로 차감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계적 한계 탓에 증권가의 시각은 차분한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월 킥스비율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아 주가 상승 동력이 제한적이라며 삼성생명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유지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 역시 투자의견을 '보유'로 제시하며 "삼성전자 주가 급등에 따른 처분이익의 배당 연결 기대감이 컸던 점을 감안할 때 실제 2025년 주당배당금(DPS)은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처분이익을 배당 재원에 편입하는 비율이나 반영 기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주주환원 규모도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지난 1월 29일 공시한 결산배당 현황에 따르면 주당 현금배당금은 5300원, 시가배당률은 3.3% 수준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41.3%로 전년 대비 소폭 올랐지만 폭발적인 밸류업을 증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킥스 규제뿐만 아니라 실제 배당 재원을 직접적으로 갉아먹는 해약환급금준비금마저 발목을 잡고 나섰다. 삼성생명은 IFRS17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8324억원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적립했다. 이는 법정준비금 성격으로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정 시 전액 차감된다. 장부상 이익이 크게 나더라도 주주에게 배당할 수 있는 실제 현금통장은 8000억원 넘게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다.
당장 가시화된 실제 현금 유입 이벤트에서도 삼성생명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금산법 한도(10%)를 맞추기 위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매각 차익에 대해서도 "현금배당 외 특별배당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적정 기간 안분해 배당 재원에 포함시키겠다"며 일회성 폭탄 배당에 선을 그었다.
유배당 계약자(가입자)가 받을 배당 역시 사업보고서에 공식화된 11조3000억원 규모의 과거 누적 결손금이라는 방어막에 부딪힌 상태다. 삼성생명은 유배당계약에 평균 7%의 고정금리를 보장해왔으나 당기 자산운용수익률은 4% 수준에 머무르면서 구조적인 이자율차 역마진 손실을 떠안아 왔다.
향후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현금이 들어오더라도 가입자 배당은 요원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반기에 발생할 1조원대 지분 처분 이익을 배분하더라도 회사가 이익잉여금으로 우선 메워둔 11조3000억원의 결손금을 상계하기 전까지는 계약자에게 돌아갈 추가적인 몫이 없다는 논리다.
결국 대규모 부채가 자본으로 재분류되는 회계적 변화가 발생했지만 정작 주주와 가입자 그 누구도 체감할 수 있는 혜택으로 이어지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늘어난 자본 수치만 보고 획기적인 주주환원이나 계약자 배당을 기대하기엔 당국의 건전성 규제와 11조원대 누적 결손금이라는 양대 허들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매각 이익을 배당 재원에 포함할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향후 매각 발생 시점과 규모의 변동성이 커 배당 지급률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당기순이익과 매각익을 고려해 주당 배당금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당장의 일회성 특별배당에는 선을 그었다.
홍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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