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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물산 합병’ 손배소 첫 변론…국민연금·삼성, 위법성 놓고 공방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배상하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첫 변론에 들어갔다. 사건 접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 손배소 첫 변론…국민연금·삼성, 위법성 놓고 공방

국민연금 “승계 위한 의도적 비율 왜곡”

삼성 측 “형사 판결로 위법성·손해 부재 확인”

재판부 “ISDS 등 참고해 손해액 기준 정리”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배상하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첫 변론에 들어갔다. 사건 접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는 이날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청구액은 5억1000만원으로, 향후 감정 절차에 따라 손해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변론에서는 합병 비율의 적정성과 위법성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됐다.

국민연금 "의도적 비율 왜곡으로 막대한 손해"

국민연금 측은 이번 합병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기획된 '조직적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직격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적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였던 원고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위법 행위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등에서도 확인된다"며 "주주 이익 보호 의무에도 불구하고 합병의 타당성과 가격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불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서는 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실 의무를 위반하며 해당 행위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형사 사건 판결 무죄로 사실관계 확인돼"

반면 삼성 측은 합병 전반에 위법성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주주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합병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없고 주주들이 입은 손해도 없다"며 "관련 형사 사건에서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역시 정반대로 인정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 역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당시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합병 검토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문 전 장관 측은 합병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규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 절차를 승인했을 뿐이라며 직권남용 유죄만을 근거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홍 전 본부장 측도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오히려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의 손실이 더 커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판부 "쟁점 및 손해액 산정 기준 명확히 하라" 주문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다수의 형사·민사·행정 절차와 맞물려 있는 만큼 기초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양측에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여부와 인과관계, 손해액 산정 기준을 중심으로 쟁점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메이슨·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판결문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며 과거 특검 조사나 주식매수 가격 결정 사건 등에서 제시된 다양한 손해액 산정 기준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소송은 소멸시효 만료를 약 10개월 앞둔 시점에서 제기됐다. 손해배상 청구의 시효는 손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10년이며 합병이 의결된 2015년 7월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하면 2025년 7월이 시한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1대 0.35 비율의 합병을 결의했고, 같은 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관련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같은 형량이 확정됐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며 회계 부정이나 부정거래를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번 민사 소송에서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오는 6월 4일로 지정하고 추가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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