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 공급, 독일 3사 모두 확보
헝가리 공장 생산 확대 기대…한국 배터리, 벤츠서 30조원 수주
삼성SDI./사진=회사 제공
| 스마트비즈 = 김혜인 기자 |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와 대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를 모두 고객으로 품은 가운데, 수주 모멘텀과 중장기 실적 기대가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쏠렸다. 한국 배터리 업계가 벤츠로부터 확보한 수주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SDI는 전 거래일보다 10만7000원(19.89%) 오른 6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4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전날 삼성SDI가 벤츠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뒤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달아오른 결과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2028년부터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하이니켈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 배터리는 소형 SUV인 GLA와 GLB, 쿠페형 세단 CLA 등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조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써 삼성SDI는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완성차 3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이 벤츠와 맺은 누적 수주 규모도 3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프리미엄 전기차용 배터리는 단가가 높고 장기 공급 비중이 큰 만큼,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벤츠가 삼성SDI를 택한 배경에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자리한다. 현재 각형 배터리 시장은 중국 CATL이 주도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이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산업가속화법(IAA)을 내놓으면서 중국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각형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공급처를 찾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벤츠에 납품할 물량 역시 이 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협력을 계기로 곧바로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여 주행 거리와 수명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벤츠 경영진의 언급도 공개됐다.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이번 계약은 특정 모델이 아니라 전체 모델 플랫폼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확보한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한국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삼성SDI의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이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도 이번 성과와 맞물려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을 직접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달에도 유럽을 찾아 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했다. 당시 유럽 출장에는 최주선 삼성SDI 회장도 함께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은 삼성SDI에 대해 유럽 전기차 수주 환경이 개선되고 점유율과 가동률 회복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88만원으로 79% 상향했다.
이날 주민우 연구원은 유럽 내 점유율이 2022년 이후 하락했지만 경쟁사 생산 차질과 유럽의 산업가속화법(IAA) 발의로 국내 업체의 신규 수주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확정된 벤츠 수주를 포함해 현대차·기아 물량은 올해부터, BMW 46파이·폭스바겐 LFP 각형·벤츠 NCMA 각형 수주는 내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도 거론된다. 최근 몇 달간 상승 폭이 컸던 만큼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고, 같은 수주 모멘텀을 공유한 다른 배터리 종목으로 자금이 갈아타는 흐름도 포착됐다.
증권가에서는 "벤츠 수주는 삼성SDI의 고객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상징적인 이벤트"라면서도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