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GTC 부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화려한 반등을 알리고 있다. 테슬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낸 데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그록(Groq) 3’ 생산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공개 행사에서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하며 “삼성에 정말 감사하다”고 밝힌 점은 수율과 품질 모두에서 만족스럽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황 CEO의 ‘깐부 회동’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추론 특화 AI 가속기 ‘그록 3 LPU(언어처리장치)’를 공개했다. 황 CEO는 “삼성이 그록 3 칩을 제조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빅테크 CEO가 특정 파운드리 업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감사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록 3 LPU는 초당 150테라바이트(Tb/s) 데이터 대역폭을 구현하는 차세대 칩으로,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상황에서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올해 초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4 메모리를 공급한 데 이어 파운드리 생산까지 맡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제공하는 ‘종합 반도체 파트너’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AMD와의 최선단 공정 협업 논의까지 가시화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AMD가 삼성의 최첨단 공정 일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사실상 처음으로 양사 간 첨단 공정 협력이 성사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삼성은 이미 테슬라로부터 약 23조 원 규모의 AI6 자율주행 칩 수주를 확보했고, 퀄컴과 차세대 2나노 공정 위탁생산 논의도 진행 중이다. AMD까지 합류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질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해온 TSMC에 대한 견제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반전은 사법 리스크와 업황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이재용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한 이후 글로벌 CEO들과 연쇄 회동하며 난제를 직접 해결해 왔다. 실제로 2나노 공정 수율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고 텍사스 테일러 공장이 하반기 가동을 앞두는 등 기술·인프라 경쟁력이 뒷받침되면서 삼성은 길었던 적자 터널을 벗어나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에는 약 1조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적자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한 결단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메모리 초호황에 가려졌던 비메모리 경쟁력이 살아나면 삼성의 체질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퀸 류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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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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