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17일 충남 천안시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지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25년 만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긴
삼성전자(005930)
가 탈환을 놓고
SK하이닉스(000660)
와 근소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폭락 속에서 삼성전자가 비교적 선방하며 한때 시가총액을 역전시키며 SK하이닉스를 위협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전날보다 차이를 크게 좁히며 1위 탈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키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종가 기준 시총 1820조 9545억 원, 삼성전자는 보통주 기준 1812조 3464억 원으로 양사 간 격차는 8조 6081억 원이었다. 격차는 전날 13조 7187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특히 이날 장중 양사 모두 2000조 원 아래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더 큰 낙폭을 기록하며 삼성전자가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1위를 회복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24일 개장 후 삼성전자가 격차를 더 좁히거나 역전해 종가 기준으로도 시가총액 1위를 다시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단순 시가총액만으로 양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양사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는 만큼 비록 근소한 차이일지라도 ‘시가총액 1위’라는 타이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우위를 집중적으로 과시하며 본연의 경쟁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선 이날 아침부터 HBM4 매출이 업계 최초로 10억 달러(약 1조 5400억 원)를 돌파했다고 알렸다. HBM4는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의 AI 칩 ‘베라 루빈’ 등에 탑재될 최신 HBM 제품이다. 올 2월 양산 출하한 지 4개월 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보다 매출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에둘러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로 SK하이닉스(58%)의 절반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HBM3E 등 기존 제품에서는 밀렸지만 HBM4에서는 초반에 앞서나가며 앞으로 시장 점유율을 추격할 여지가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4 경쟁 우위를 위해 SK하이닉스보다 앞서는 6세대(1c) D램과 40㎚(나노미터·10억분의 1m) 베이스 다이 공정을 적용했다. 또 이를 업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 선점을 꾀하고 있다. 내년도에 출시될 차세대 제품인 HBM4E 역시 지난달 업계 최초로 고객사 대상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HBM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삼성전자가 보유한 파운드리 공정과 HBM 설계의 통합 최적화 역량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4와 차세대 HBM4E 제품이 2030년까지 주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HBM 경쟁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HBM4는 지금의 추세대로면 올해 말까지 매출 100억 달러(약 15조 3830억 원)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이재용 회장이 3년 4개월 만에 HBM 핵심 생산거점인 충남 천안시 천안사업장을 방문하며 주도권 강화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이 회장은 C1·C2 생산라인에서 직접 방진복을 입고 사업장 운영 현황과 생산 계획, 기술 개발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며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회장이 찾은 천안사업장은 HBM 경쟁력을 좌우하는 패키징(후공정) 생산 거점이다. 패키징 공정은 웨이퍼 회로를 실제 칩으로 절단한 뒤 전기적으로 연결해 제품으로 조립하고 성능 및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HBM은 D램을 여러 겹으로 적층하는 구조 특성상 후공정 기술 완성도가 품질 경쟁력을 좌우한다.
메모리 중에서도 핵심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글로벌 메모리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되는 격전지가 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4월 한국의 HBM 수출액은 81억 5000만 달러(약 12조 5371억 원)로 전년 대비 186.6% 증가했다. 지난달에도 96억 2000만 달러(약 14조 7994억 원)로 140.1% 늘었다.
그밖에 삼성전자는 이날 업계 최초로 온디바이스(내장형) 인공지능(AI) 모델에 최적화한 ‘범용 플래시 스토리지(UFS) 5.0’도 선보였다. UFS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다. 신제품인 UFS 5.0은 전작(UFS 4.1)보다 데이터 속도를 2배 이상 향상시켜 최신 스마트폰의 온디바디읏 AI 모델과 기능을 빠르게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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