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전 사업조정 ‘빛과 그림자’
세탁기 등 백색가전만 생산 유지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정리
반도체만 ‘나홀로 돈잔치’ 요구
노조 총파업땐 30조 손실 우려
삼성전자가 해외 주력 가전 공장 폐쇄와 외주 생산 확대 등 가전 사업 ‘대수술’에 착수한 것은 사실상 생존 위기에 직면한 가전 사업을 혁신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차이나테크’의 매서운 추격으로 디스플레이·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이 구조조정 파고를 넘는 상황에서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고위 경영진 회의와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잇달아 열고 냉장고·세탁기·오븐 등 초격차 기술력을 보유한 대형 백색가전은 직접 생산을 유지하되,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의 추격 속도가 빠른 제품은 생산 라인을 정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직접 생산을 하지 않기로 한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한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가전 사업의 ‘애플화’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제품 생산을 대만 폭스콘 등 협력 업체에 맡겨 생산 비용을 줄이는 대신 기술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원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전 사업은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원가와 물류비 상승 등 어려움이 가중되며 더욱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춘 전략 제품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영업손실 200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그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처럼 차이나테크 공세발(發) 구조조정 파고가 가전을 비롯한 국내 주력 산업에 줄줄이 몰아치고 있지만,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반도체 사업 초호황을 이유로 평균 6억 원의 성과급을 사 측에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45조 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다음 달 21일부터 18일 동안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으로 30조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사 측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타격까지 예상되자 친노조 성향의 현 정부조차도 노사 양측에 성숙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는 한 번 이익을 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 구조”라며 노조 측이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지분 약 7.8% 보유)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과거 인텔이나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상실 사례를 거론하며 “반도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장관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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