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도자의 경험과 감각이 선수 육성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면, 이제는 선수의 움직임과 체력, 경기력은 물론 컨디션과 훈련 과정까지 수많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분석되는 시대가 되었다. AI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의 장단점을 찾아내고, 경기의 흐름과 상대의 특성까지 분석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선수들이 변하고 있다면, 지도자의 자질과 지도 방식 역시 함께 성장해야 한다.
첫번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동안 스포츠데이터과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선수의 움직임과 체력, 경기력, 부상 위험 등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이제는 다양한 종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데이터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을 얼마나 더 개발하느냐 만이 아니다.
이미 발전한 스포츠데이터과학의 기술과 성과를 실제 훈련 현장에서 지도자가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와 분석 기술이 있어도 현장의 지도자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훈련과 경기 운영에 연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연구와 기술은 현장과 분리될 수밖에 없다.
좋은 훈련은 많이 하는 훈련이 아니라,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한 훈련이어야 한다. 선수의 현재 상태와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해가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경험과 직관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선수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점과 훈련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와 “내가 무엇을 바꾸기 위해 이 훈련을 하는지 알고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선수가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목표를 공유한 상태에서 훈련한다면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같은 시간을 훈련하더라도 효율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의 목적은 사람을 숫자로 평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지도자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훈육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다.
과거 스포츠 현장에서는 강한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한 지도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욕설과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조차 선수의 정신력을 강화하고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는 선수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선수 중 어느 선수가 더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을지는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다. 지도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선수가 따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자기주도적인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존중이다. 지도자가 선수를 존중하고, 선수 역시 지도자를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신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진짜 팀워크가 만들어진다. 경기 중 어려운 순간에 선수를 움직이는 것은 지도자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함께 준비해왔다는 믿음이어야 한다.
세번째로 이제 지도자는 단순한 기술코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지도자는 선수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배이자 멘토이고,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스승이어야 한다.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선수가 프로선수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선수에게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시간보다 그 이후의 삶이 훨씬 길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는 경기력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운동을 통해 책임감을 배우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동료를 존중하며, 다시 도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스포츠 교육이 갖는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지도자 개인에게만 요구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시대에 맞는 과학적인 훈련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현장의 지도자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지도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데이터 활용, 심리와 인권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왔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지도자들 역시 자신이 선수 시절 경험했던 지도 방식을 보고 배우며 지도자가 됐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 스포츠 문화와 선수들의 인식, 사회가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크게 달라졌다. 어쩌면 스포츠 지도자는 지금 가장 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무겁고, 선수의 경기력과 진로를 책임져야 하며, 동시에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소통 능력과 윤리의식, 인권 감수성까지 요구 받는다. 선수 인권 보호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함께 살펴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과 지도자의 정당한 지도 활동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다.
잘못된 지도 행위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도자가 정당한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충분한 소명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구조 역시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라고 할 수는 없다.
좋은 선수를 만들기 위해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면, 좋은 지도자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역시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제 곧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시작된다.
대회가 끝난 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메달의 숫자와 종합 순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을 평가할 것이다. 이번에는 한 가지를 더 들여다봤으면 한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종목에는 어떤 지도자가 있었는지, 그 지도자는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고 훈련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그리고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분석해보면 좋겠다. 스포츠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지도자의 경쟁력을 빼놓을 수는 없다. AI와 데이터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선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힘든 순간 옆을 지키며, 한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좋은 지도자의 가치는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과 함께 고민하고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수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선수에게 더 나은 교육이 필요하듯 지도자들에게도 더 좋은 교육과 성장의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김주연 한국대학탁구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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