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욕망을 품고, 음악은 색이 된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꽃은 식물의 생식기. 인간은 그런 꽃을 찬미한다.”
‘산울림’ 김창훈이 이번에는 제주에서 붓을 든다. 오는 12월 15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제주 한림 청유갤러리에서 개인 초대 기획전을 연다.
전시 주제는 ‘Sexy Flowers’. 부제는 ‘꽃과 음악’이다.
김창훈은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인 성(Sex)과 영혼의 안식처인 음악(Music)을 꽃과 색으로 풀어낸다.
작가노트에서 그는 “꽃은 식물의 생식기. 인간은 그런 꽃을 찬미한다”며 인간의 문화와 욕망 역시 꽃을 추구하고 찬미하는 본능과 얼마나 다른지 질문한다.
꽃을 예쁘게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강렬하고 원초적인 색을 화면에 밀어 넣는다. 관람자가 꽃을 보면 꽃이고, 다른 형상을 발견한다면 그것 역시 틀리지 않다는 게 김창훈의 방식이다.
음악가 김창훈의 이력은 캔버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그림을 시작하며 붙잡은 또 하나의 질문은 “음악을 보이게 할 수 없을까?”였다.
색에 악기의 소리를 입혔다. 검정에서는 느리고 엄숙한 리듬을 떠올린다. 빨강은 바이올린, 노랑은 금관악기다. 초록은 초원을 깨우는 타악기로 본다.
연두는 느리게 피어나는 첼로, 핑크는 사랑을 불러들이는 플루트다. 오렌지는 가볍게 울리는 심벌이나 실로폰으로 상상한다.
50년 동안 소리로 만들었던 감각을 이제 색과 면으로 옮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림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김창훈은 자신의 그림 에세이에서 “그림은 팔리기 위해 그려진다”고 적었다. 작품을 구입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기를 바란다는 생각도 밝혔다. 놀이처럼 시작하지만 작품이 자신의 손을 떠난 뒤에는 작가가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림의 무게’라는 짧은 글에도 담겼다. 새 캔버스는 가볍다. 그러나 작업을 끝낸 그림은 무겁다. 김창훈은 한 점의 그림이 만들어질 때까지 무언가를 “쌓고 또 쌓아” 올리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지난 50년도 비슷하다. 김창훈은 1977년 형 김창완, 동생 고(故) 김창익과 산울림으로 데뷔했다. 한국 록의 한 축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음악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음악의 경계를 시와 회화로 넓혔다. 한국 현대시 1000편을 골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곡을 붙이는 작업을 4년에 걸쳐 완성했다. 시를 “글로 된 보석”이라고 표현한 그는 ‘시노래 1000곡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과 문학을 연결했다.
내년 산울림 데뷔 50주년을 앞두고는 후배 뮤지션들이 산울림의 노래를 다시 해석하는 ‘산울림 50주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30대 연주자들과 새 밴드 ‘까망’을 결성했다.
오는 10월 24일 서울 엠팟홀에서 까망의 첫 무대에 오르고, 12월 5일에는 시노래를 중심으로 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 산울림 50주년을 위한 5장의 앨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회화 작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김창훈은 지난해 가수 김완선과 협업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 겨울 제주 청유갤러리를 시작으로 안양과 청평 등으로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 전시 ‘Sexy Flowers’가 그 출발점이다.
김창훈의 ‘Sexy Flowers’는 오는 12월 15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제주 한림 청유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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