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낮 시간대는 인하하고 저녁·야간은 인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면서 전력 다소비 업종의 부담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24시간 설비 가동이 기본인 장치산업에서는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전력 당국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은 최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용(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최대부하’ 구간을 낮 시간대에서 저녁 시간대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그동안 최고요금이 적용되던 오전 11~12시, 오후 1~3시 구간은 중간요금으로 조정되고 오후 6~9시는 최고요금 구간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낮 시간대 전기요금은 최대 16.9원 인하되는 반면, 심야 등 최저요금 구간은 ㎾h당 5.1원 인상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낮 시간대 전력 소비를 유도해 태양광 발전 증가에 따른 전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최근 전력 계통 운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전력 당국은 산업용(을) 요금을 적용받는 약 4만여 사업장 가운데 97%인 3만8000여 곳의 요금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약 1.7원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낮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대기업보다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업종별로 영향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처럼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업종은 전력 사용 시간을 조정하기 어려워 요금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공정 대부분이 연속적으로 맞물려 돌아가 생산라인을 시간대별로 조정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낮 요금 인하와 저녁 요금 인상이 실제 전력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시행 이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로와 전기로 설비는 가동을 멈추기 어려운 연속 공정이어서 생산 시간을 특정 시간대로 조정하기 어렵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이번 요금 체계 변화에 따라 전력 사용 패턴과 조업 일정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석유화학 역시 원료 투입 이후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전력 사용을 시간대별로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력비 부담이 추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력 당국은 24시간 가동 기업도 평균적으로는 ㎾h당 약 1원 수준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업이 저녁 시간대 전력 사용을 줄이고 주말 낮 시간대 등으로 조업을 조정할 경우 절감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는 시간대별 요금 조정 자체보다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과 전력 공급 안정성이 제조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철강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첨단 제조업의 경우 전력비가 중장기적인 경쟁력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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