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전적 의미로 '힘이나 세력이 약한 사람'을 '약자(弱者)'라고 한다. '약자'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어구가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는 '우리의 공동체 삶 속에서 사회·기술·경제 등 어떤 형태로든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다.
국가 전체에 통용되는 법률에서 '사회적 약자'를 직접 정의하거나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어떤 분야에서 취약한 사람'을 구체화하여 정의하는데 '교통약자' '주거약자' '금융취약계층' '정보취약계층' '에너지취약계층'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는 목적에 따라 '사회안전약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거나 혹은 직접 '사회적 약자'라고 명시하되 대상을 구체화하여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을 위시하여 '범죄에 취약한 1인가구 거주자 및 1인점포 운영자' '외국인 및 다문화가정 구성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과 같은 복지지원대상을 준용하여 사용한다. 흔히 '사회적 약자'를 '복지지원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에 대해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구체적 정의는 힘들지만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핵심 사항인 '공정한 기회 접근'을 위해 '공동체 삶에서' 그들에게 '배려가 필요'해서다. 많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함으로써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조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제도로 이를 막는 요소가 있다. 바로 '신청주의'가 그것이다.
'신청주의'는 행정서비스나 복지급여를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해당하는 지원이 개시되는 원칙'을 말한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들어 현재 계속 유지 중이다. 그러나 이 신청주의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공적 도움'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도록 해 주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여전히 질병과 장애가 심할수록 신청 능력은 떨어지는데 상대적으로 역량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지원하게 만드는 현상, 이른 바 '신청주의 역설 현상'을 극복하고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도와주는 실질적 체계가 되어야 한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수급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령연금 자동 지급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청주의라는 장애물을 걷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결코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당연한 해야 할 일을 이제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신청주의'가 갖는 문제가 있다. 내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행정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신청서 작성, 소득 증빙, 가족관계 증명, 진단서 제출, 각종 동의서 제출 요구로 심적 부담을 느낀다. 여전히 용어도 어렵고 제대로 작성하였는지 스스로 자신감도 없다. 인지 미비로 신청을 하지 못하든 혹은 스스로 거부해서 신청을 하지 않든 지원에 필요한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실체'와 관계없이 행정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원 먼저, 정산은 나중에 하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 단순한 '도움'을 넘어 어쩌면 '생존'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AI 전환'을 강조하는 시대다. '시민 → 신청 → 행정 → 지원'의 사후 신청 공식에서 '데이터 분석 →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 선제 발굴 → 행정이 먼저 접촉 → 선제 행정 지원 → 사후 정산 및 처리'의 공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재호 울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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