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AI 기반 자체제작]
[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ESG 우수 파트너'로 선정된 비영리단체가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당했다. 황당한 해프닝이 아니다. 대기업 ESG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며 '사회적 가치 실현의 동반자'로 호명되는 바로 그 단체에서, 직원들이 임금 체불을 신고하고 탈진한 채 퇴사한다. 근로자의 노동인권을 주제로 기업 교육을 하러 다니는 조직이 정작 자신의 직원에게는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다.
ESG 열풍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면서 비영리 섹터는 암묵적으로 'ESG의 교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 자기 확신이 맹점이 됐다. ESG를 '남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로는 능숙하게 다뤘지만, '우리 안에서 작동해야 할 원리'로는 한 번도 진지하게 들이밀지 않았다.
비영리 섹터가 ESG를 내부 원리로 적용하지 못하는 데는 단순한 무관심 이상의 이유가 있다.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이라는 전제가 내부 비판을 자연스럽게 억누르는 사명 면죄부(Mission Immunity)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E, S, G 각 영역을 들여다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드러난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기획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무실 전력 사용량을 측정한 적 없는 환경단체, 근로자 노동인권을 주제로 기업 교육을 진행하면서 내부 직원에게는 사명감을 저임금의 근거로 삼는 조직, 지배구조 개선을 기업에 촉구하면서 수년째 같은 얼굴로 이사회를 채워온 공익법인. '환경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 '환경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으며,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그 세상에는 자신의 조직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비영리 안에서는 유독 비껴갔다.
이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심리적 기제는 하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확신이다. ESG의 가치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정작 자신을 ESG의 잣대 위에 올려놓는 것을 가장 불편해한다. 그러나 ESG가 기업 세계에 던진 핵심 질문은 정확히 그것이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측정되지 않는 가치는 관리되지 않으며, 관리되지 않는 가치는 결국 공허한 선언으로 남는다.
비영리 섹터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하다. 조직 운영의 환경 발자국을 측정하고 공개하는 것, 번아웃 비율과 이직률을 조직 성과 지표로 편입시키는 것, 이사회 임기를 제한하고 재정 운영을 자발적으로 투명하게 하는 것, 그리고 기업에게 요구해온 ESG 보고서를 스스로 발간하는 것. 형식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E·S·G 각 영역에서 우리 조직이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하고 공개하는 행위 자체다. 그 행위가 조직 내부에 만들어내는 변화는 어떤 선언문보다 강력하다. 교사의 자리는 가르치는 것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비영리 섹터가 ESG의 진짜 선도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그 시작은, 기업을 향해 겨누어 온 잣대를 이제 자신을 향해 천천히 돌리는 것에서부터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자격을 갖추고 있다.
ChatGPT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개인·단체의 경력개발·진로 설계, 기업 조직컨설팅, 커리어 연구를 아우르는 1인 교육·컨설팅 브랜드 <UPDREAM153〉을 운영하며, 지역-ESG 인사이트 뉴스레터 〈local in fact〉의 에디터로서 조직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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