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이 문화정책의 구조를 바꾸며 도시 경쟁력을 재설계하고 있다. 사진은 50m 터널형 용 구조물. / 사천시
사천시의 문화정책이 올해를 기점으로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단순한 행사 확대가 아니라 축제, 공연, 창작, 교육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정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올해는 개별 사업의 나열이 아닌, 연중 이어지는 '운영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이달 와룡문화제를 시작으로 오는 7~8월 토요상설무대와 락 페스티벌, 9~11월 지역 축제, 연중 공연·교육 사업이 이어지며 문화 일정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됐다.
■ '행사 나열'에서 '운영 체계'로
대표적인 사례는 제28회 사천와룡문화제다. 오는 24~26일 시청 노을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Fly 와룡, Play 사천'을 주제로 △용 조형물 전시 △와룡랜드 체험존 △K-POP 공연 △사천로드 퍼레이드 등 대형 프로그램이 결합된 형태다.
특히 4.5m 대형 용 조형물과 50m 터널형 구조물, 100여개 소형 조형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단순 공연 중심 축제에서 체류형 콘텐츠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와룡문화제 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 사천시
여기에 한우존, 푸드트럭, 와룡 장터 등 소비 공간까지 결합되며 축제 자체가 지역 경제 활동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 여름 해상무대, 공연 관광 결합 실험
여름에는 삼천포대교공원 해상무대를 중심으로 공연형 축제가 이어진다.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모두 3회 운영되는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와 8월 15일 개최되는 '사천 락 페스티벌'은 해양 관광 자원과 공연 콘텐츠를 결합한 대표 사례다.
이들 공연은 단순 무대가 아니라 관광지와 결합된 체류형 콘텐츠로 기획되며, 사천의 여름 관광 브랜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페이백' 도입, 공연이 소비로 이어지다
'토요상설무대 프러포즈'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구경하고 있다. / 사천시
사천 문화정책의 가장 구체적인 변화는 '경제 연결 장치'다. 극단 장자번덕과의 협업을 통해 추진되는 공연사업에서는 관람료의 50%를 사천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하는 '페이백 시스템'이 도입된다.
예를 들어 2만원 공연 관람 시 1만원을 지역 화폐로 돌려받아 인근 식당이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는 공연 관람이 곧 지역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정책이다.
또한 기업 연계 '문화 회식', 취약계층 대상 '티켓 나눔' 사업도 병행되며 문화 소비층 확대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진한다.
■ 문학관, 창작 거점으로 바뀌다
박재삼문학관은 올해부터 창작 중심 공간으로 기능이 확장된다.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운영되는 레지던스 사업에는 △에세이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청년 작가 6명이 참여한다.
'사천 락 페스티벌' 지난 행사 모습. / 사천시
이들은 △일 대 일 문학 멘토링 △고속성장 특강 △지역 서사 발굴 프로젝트 '삼천포의 숨결' △오픈스튜디오 등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특히 지역 이야기를 작품으로 제작하고 결과물을 전시·출판까지 연결하는 구조는 문학을 지역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 교육·공연 확대, 연중 문화 공급
문화예술 공급도 구체적으로 확대된다.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뮤지컬 '목 짧은 기린 지피'(5월) △연극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6월) △지브리&디즈니 영화음악 콘서트(7월) △발레 '호두까기 인형'(8월)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인문학 콘서트는 5월과 7월 각각 △가족과 삶 △인공지능을 주제로 진행되며, 청소년 대상 '꿈의 극단'과 '꿈의 무용단'도 연중 운영된다.
'사천 락 페스티벌' 지난 행사 모습. / 사천시
이처럼 공연·교육·체험 프로그램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문화 향유 기회는 특정 시기가 아닌 일상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 '문화=전략', 도시 체질 바뀐다
사천의 변화는 단순한 문화행정이 아니다. 축제는 관광으로, 공연은 소비로, 문학은 콘텐츠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문화가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우주항공 산업 중심 도시라는 기존 축 위에 문화예술을 결합해 '산업+문화' 복합 도시로 전환하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 과제는 실행력, 성과로 이어질까
사천 극단 '장자번덕'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사천시
다만 과제는 분명하나 다양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콘텐츠의 완성도와 운영의 지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일회성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페이백' 등 경제 연계 정책이 실제 지역 상권에 얼마나 효과를 가져오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정책이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사업 추진을 넘어 성과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각 사업이 얼마나 시민 체감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지역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더 나아가 문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예산 구조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지역 인재의 유입, 민간 참여 확대 등 구조적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지금의 변화가 일회성 정책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체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확장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사천은 지금 문화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방식'을 바꾸고 있다. 행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하고, 지원을 넘어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문화정책의 확장이 아니다. 도시의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자, 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사천의 실험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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