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의 모습.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e스포츠 경기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통 입맛에 맞지 않았던 식사, 콘센트 하나 없던 경기장 내 대기실, 단 한 번의 연습 게임도 해보지 못하고 올라야 했던 무대까지…설상가상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에 패배해 금메달을 놓쳤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최상의 환경에서 열렸다. 거대하고 깔끔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한국e스포츠협회가 경기장 인근에 마련한 최상급 호텔 내 베이스캠프에서의 훈련, 한국의 첫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페이커’ 이상혁은 이 극과 극의 상반된 무대를 모두 경험해봤다.
그런 이상혁이 2026년 아이치에서 자신의 3번째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이상혁은 30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열린 인도와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조별 예선 2번째 경기에 출전해 승리를 거뒀다. 이상혁이 1승, ‘제카’ 김건우가 2승을 올린 한국은 3승0패를 기록, B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상혁은 조별 예선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3번째로 참여하는 아시안게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혔다. 그는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땐 긴장이 많이 됐다.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딛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이제는 여러 번 경험을 한 만큼 아시안게임만큼의 특색 등에 맞춰 예전보다 노련하게 준비하고 적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 국가다. 라이벌 중국마저 불참하면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이상혁은 이럴 때일수록 방심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끼리 평소에 하는 얘기다. ‘긴장이 풀리면 안 된다. 끝까지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만의 또 다른 특징은 정보의 비대칭이다. 실력적으로는 한국의 우위가 점쳐지지만, 챔피언 폭, 선호도, 플레이 스타일 등 상대에 대한 정보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상대는 이상혁의 스타일을 알고, ‘캐니언’ 김건부의 챔피언 폭을 알고, ‘케리아’ 류민석의 습관을 아는데 한국은 다음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날 붙었던 인도, 홍콩을 전혀 모르거나 몰랐다.
그럴 때일수록 정석적인 플레이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게 이상혁의 생각이다. 이상혁은 “대만과 베트남은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들도 있다 보니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정보의 비대칭이 크지 않다. 반면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은 정보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경우에는 정석적인 플레이를 많이 하려고 한다. 게임을 하면서도 (상대의 특성을) 탐색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상혁을 비롯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이달 중순 부산 합숙 훈련 때부터 오전 9시 경기 시작에 맞춰 기상 시간을 6~7시간씩 앞당겼다. 매해 숱하게 국제대회에 나서본 이상혁이지만, 그럴 때마다 성공적으로 시차 적응을 해냈던 건 아니기에 이번 오전 경기에 맞춘 생활 패턴 변경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이상혁은 “기상 시간을 6~7시간 앞당겼다 보니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시차 적응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시차 적응을 빠르게, 잘하는 편은 아니고 열심히 하는 편”이라면서 “그래도 최대한 일찍 자려고 한다. ‘꿀잠’을 잘 수 있는 방법들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코나메=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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