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존클라우드 주도 'K-풀스택' 컨소시엄, 현지 실전 배치 착수
국산 NPU 기반 3D 디지털 트윈 구축…GPU 대비 전력 20% 절감 목표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승부수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한복판에서 던져졌다. 단순한 부품 수출을 넘어 반도체 설계부터 클라우드 운영, AI 모델링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K-풀스택' 전략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아람코(Aramco)의 공정 현장에 전격 투입되면서다.
메가존 클라우드 전경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클라우드 관리 전문기업(MSP) 메가존클라우드가 이끄는 'KRFSAI' 컨소시엄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2026 AI-반도체 해외실증 지원 사업’의 서버형 분야 최종 사업자로 낙점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아람코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계열사 '아람코 디지털(Aramco Digital)'이다.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 서버가 사우디 에너지 플랜트라는 거대 인프라의 혈관 속에 이식되는 셈이다.
그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앞세운 미국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이번 실증 사업은 범용 GPU가 아닌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한국형 NPU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엔비디아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보안이 생명인 에너지 시설 특성상 외부 인터넷이 차단된 '폐쇄망' 환경에서 AI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과제의 핵심이다.
컨소시엄의 기술적 구심점은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개발한 2세대 NPU '레니게이드(RNGD)'가 맡는다. 여기에 국내 대표 AI 기업인 업스테이지와 NC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유라클 등이 가세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완벽히 결합된 통합 솔루션을 구축했다. 현장에 투입된 AI 서버는 복잡한 2D 공정 도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입체적인 3차원 디지털 트윈 모델로 변환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과거에는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수일에 걸쳐 매달려야 했던 3D 모델링 작업이 국산 AI 반도체의 연산 능력을 통해 단 1분 내외로 단축될 전망이다. 컨소시엄 측은 이번 실증을 통해 기존 GPU 시스템 대비 추론 성능은 15% 이상 끌어올리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전력 소비량은 20% 이상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가 생존 직결 요소인 중동의 극한 환경에서 한국형 NPU의 '가성비'와 '저전력 고효율'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선 '패키지형 수출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칩 하나를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과 보안 체계, 산업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묶어 하나의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이미 지난 2월 아람코 디지털과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리야드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통합 보안 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현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가동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적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비전 2030' 정책도 한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사우디 입장에서 고비용 GPU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한국의 고효율 AI 인프라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등 인근 중동 국가들 역시 데이터센터와 산업 특화형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이번 아람코 실증 결과에 따라 한국형 AI 영토가 중동 전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말로 예정된 1차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아람코 디지털과의 장기 공급 계약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체를 겨냥한 대규모 상용화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는 한국 IT 산업이 개별 솔루션 단위의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인프라 공급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인 아람코에서 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모델을 검증하는 것은 한국 IT 역사의 이정표가 될 사건"이라며 "현지 법인의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K-AI 기술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시작된 이번 도전은 단순한 기술 테스트를 넘어 AI 주권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벽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기업들의 'K-풀스택' 전략이 사우디 현지에서 어떤 결실을 볼지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굿모닝경제 노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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