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대구시장의 선거판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안갯속이던 판세가 이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국면이다. 보수의 심장에서 진보가 선전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전 국민의 이목이 대구로 쏠리고 있다. 대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대구의 미래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문제다. 나아가, 이는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방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최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단수 공천했다. 그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호·윤재옥·유영하·최은석·홍석준·이재만 등 6인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가처분 기각에 대한 항소와 독자 행보 개연성까지 감안하면, 보수진영에서 과연 누가 최종 후보로 공천받을지는 아직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경선의 혼선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김부겸 전 총리에게 어부지리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내홍이 깊어질수록, 반사이익의 수혜자는 진보진영 후보일 수밖에 없다. “공천 과정이 뒤죽박죽”이라는 비난과 그로 인한 피로감이 계속 누적된다면, 김부겸 후보에게 유리한 건 불문가지다.
“대구의 문제를 누가 가장 설득력 있게 잘 풀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지금 김부겸 여당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지만, 경선 뒤에 보수표가 얼마나 확장성 있게 결집하느냐의 변수가 남아 있긴 하다. 김부겸 후보는 "30년 보수 찍어, 33년 GRDP 꼴찌"라는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보수에 대한 실망과 교체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신공항 국가재정 추진, TK 행정통합 재점화, AI·로봇 수도 구상, 공공기관 대구 이전 등의 공약 묶음은 '힘 있는 시장'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최근의 괄목할만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가 더 이상 구색용의 상징적 후보가 아니라 '당선권 후보'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지역주의 극복과 균형발전을 내걸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도, 대구의 민심이 변화의 임계점에 가까워졌다는 판단에서일 터다.
하지만 섣부른 장밋빛 예측은 금물이다. 대구는 여전히 ‘보수의 심장’이다. 경선이 마무리되고 보수 표심이 결집하는 순간, 판세는 다시 뒤집힐 수 있다. 지방선거가 양당정치의 대리전으로 치러져 온 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얼마나 단단한 지층을 형성하고 있느냐, 경선 이후 보수표가 얼마나 확장성을 갖고 결집하느냐, 이 두 가지가 최대 변수일 것이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이념 대결이 아니다. 선거의 이슈가 진영 논리에서 콘텐츠형 의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청년 유출과 지역소멸의 저지, 신공항 국비추진과 2차 공공기관 유치, AX 전환과 로봇 산업 육성 등 화급한 과제를 누가 '실행 가능한 청사진'으로 제시하느냐가 핵심 의제다. 후보 개인의 호감도보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된 것.
이제 대구시민이 냉정하게 묻는다. 정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국회와의 로비 능력이 있으며, 국비를 많이 따올 수 있는 자가 과연 누구인가? 대구시장은 결국, 이 질문에 가장 진정성 있고 설득력 있게 답하는 후보의 몫이 될 것이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 대구에 더 이상 묻지마 투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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