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의 요충지를 잇달아 장악했다는 소식이다. 홍해 연안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확보한 데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의 핵심 요충지인 마윤섬까지 점령한 것이다. 후티가 홍해 선박 통항을 좌우할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한 셈이다.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 원유 수출로가 동시에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 관문 통제권을 후티에 빼앗긴 데 이어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드론 공격을 받았다. 미·이란 전쟁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후 동서 횡단 송유관을 이용해 홍해를 대체 수출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 모두 봉쇄되면 국제 유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급망 마비 우려로 당장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이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치명적이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서도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 위축,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중동에서의 두 개의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세계 경제를 덮쳤다. 조기 종료를 기대하던 에너지 위기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만큼 최악 상황을 전제로 한 비상대책을 가동해야 할 때다. 상반기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년 대비 줄었지만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원유 도입처 다변화와 대체 수송로 확보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헬륨 등 핵심 원자재 수급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에너지발 물가 충격이 확산하기 전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선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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