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정쟁의 땔감으로 전락한 광복절 경축사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다.

[사설] 정쟁의 땔감으로 전락한 광복절 경축사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 없이 종전 논의와 '3대 평화 공존'을 제안한 것을 두고 안보 현실을 외면한 '껍데기뿐인 제안'이자 '국민 포기 선언'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들도 이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 지배 책임과 사죄를 직접 촉구하지 않은 채 '실용 외교'와 '따뜻한 온기'만 강조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경축사를 놓고 서로 정반대의 지점에서 비판이 나온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광복절 경축사는 특정 정당의 정책 공약집이나 정쟁을 위한 정치적 선언문이 아니다. 국권을 되찾은 광복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국민과 함께 성찰하는 국가적 메시지다. 경축사에 담긴 몇몇 표현을 아전이수격으로 해석해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정쟁의 도구로 소비하는 것은 광복절 본연의 뜻을 퇴색시킬 뿐이다.

대북 메시지의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당사자 간 대화 제안을 단적으로 '무장 해제'나 '안보 포기'로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적 억지력을 견고히 유지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안보 전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일 관계 역시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거나 피해자들의 존엄을 저버렸다고 볼 수 없다. 역사적 정의를 바로잡는 일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책무이지만,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반드시 양자택일의 관계로 가둘 필요는 없다.

따라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경축사의 단어 하나하나에 흠집을 내며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낡은 정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과 견제는 민주주의의 정당한 권리지만, 뜻깊은 날의 경축사마저 진영 논리에 갇힌 정쟁의 땔감으로 삼는 것은 국익과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 안보 태세를 한층 공고히 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덜어주는데 진정성 있게 응답해야 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는 있다.

광복은 어느 특정 진영이나 정권만의 유산이 아닌 대한민국 모두의 역사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고 더 나은 미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일은 여야를 넘어서는 공동의 책무다. 경축사가 건설적인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될지언정 소모적인 정쟁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맹목적 비난이 아니라, 광복의 가치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