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건물 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2026.10.5 /연합뉴스
금융권에서 시작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공기업과 대학, 대형 교회로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 등 금융사 7곳의 고객 신용정보는 물론 한국전력 임직원 연락처, 대학 학적 정보, 교회 성도 명단까지 외부에 노출됐다. 중복 여부와 별개로 공개된 피해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100만명분을 웃돈다. 위탁업체 한 곳이 무너지자 공공과 민간의 개인정보가 도미노처럼 맥없이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보안 체계의 구조적 결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의 배경에는 해킹 기술의 진화와 시스템 관리의 안일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침투 도구와 AI 모델이 결합하면서, 숙련도가 높지 않은 공격자조차 짧은 시간에 다수 기관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게 됐다. AI가 침투의 문턱을 낮추는 사이 공격자들은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한 시스템 주변을 노렸다. 실제로 대출모집인 전용 서비스나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망 등 약한 고리가 뚫렸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AI 기술의 습격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고 2주 전, 금융보안원은 국내 금융사를 상대로 한 AI 에이전트 공격 시도를 확인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초 사례인 만큼 상시 측정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금융권에서 유출 사고가 잇따랐다.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탁업체 한 곳이 뚫리자 피해기관이 20여곳으로 번진 점도 심각한 취약성을 보여준다. 시스템을 교체하고도 즉각 파기했어야 할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보관하다 화를 키웠다. 개인정보를 외부에 맡겨놓고 계약 종료나 시스템 변경 이후에도 보관·파기 여부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탓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국민은 이제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지능화된 사이버 침투에 맞서려면 기존의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형식적인 정기 점검으로는 고도화된 침범을 막기 어렵다. 취약점 관리와 접근 통제 등 기본기 정비는 물론, 위탁업체의 데이터 생애주기 전 과정을 실시간 관제하는 보안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위탁 관리를 소홀히 한 원청 기관에 엄중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해야 한다. 공격은 날로 첨단화하는데, 방어는 기본에서부터 무너졌다. 사이버 안보를 지탱해줄 기본기 재정비와 엄정한 책임의식을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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