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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설] 잦은 정책 후퇴.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운다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속속 후퇴하거나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최근 초대형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포기가 한 예이다.

[사설] 잦은 정책 후퇴.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운다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속속 후퇴하거나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최근 초대형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 포기가 한 예이다. 당초 정부는 이에 가입할 경우 농축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8,500억 원 감소하지만, 제조업 생산은 연 최대 6조 7,000억 원 늘어난다고 밝히면서,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도 농어촌 피해 보상을 위해 이익을 보는 측에서 지원하는 해법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돌연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와 함께 연내 가입 신청은 무산됐다. 그 이유는 농지전수조사에 따른 농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CATPP 가입마저 이루어질 때 피해를 보게 되는 농어민들의 반발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이 같은 정책 번복은 한두 번이 아니다. 망국적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보유세 부담 상한률을 150%에서 200%로 높이려던 계획도 시장의 반발로 철회한 바가 있다. 또한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 밀어붙였던 농지전수조사도 들끓는 농심 때문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외에도 주 52시간 근로 예외 등 노동 개혁 과제들 역시 여론 악화와 반발에 밀려 예외를 신설하거나 땜질식 처방으로 누더기가 됐다.

성급하게 추진한 정책을 현장의 목소리에 맞춰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 수정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강하게 반발하면 정책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그릇된 시그널과 학습효과만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이 확산하는 순간,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은 관계 부처에서 면밀한 실무 검토나 치밀한 피해 대책 마련,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런 정밀한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대통령의 말 한마디나 소셜미디어 게시글에 따라 일단 추진하고 보자는 식의 속도전에 매몰하고 있는 정책 추진 방식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시장이 항상 옳다고만은 할 수 없다.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반발하는 시장을 설득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시의성이 중요한 국제 통상 과제는 한번 때를 놓치면 큰 국익 손실로 이어지며, 그 비용은 온전히 국민 전체의 몫이 된다. 과거 반발이 심했던 한·칠레 및 한·미 FTA를 어떻게 성사했는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잦은 설익은 정책 추진은 국정 불신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다. 입안 단계부터 사회적 합의와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는 신중함을 갖추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을 향한 국민의 신뢰와 국정 동력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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