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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수·포항 이어 당진·울산, 산업 도시들 잇단 위기 신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호황을 제외하면 실물 기업 과반수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까지 겹치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는 수출 주도형인 제조 기업들에게 물류비와 원자재 조달...

작년 10월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산산업단지. 한때는 완성차량의 출고장이였지만 지금은 흉물로 변했다. /김영근 기자충남 당진시와 울산 남구가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한 데 이어 인천 동구도 신청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철강 산업 중심인 당진, 석유화학 거점인 울산 남구에 이어 수도권 철강 산업 기지인 인천 동구까지 위기를 선언한 것은 제조업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위기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 우려스럽다. 최근 1년 새 석유화학 단지가 밀집한 여수·서산, 철강 도시 포항·광양 등 ‘국가대표급’ 산업 도시들이 줄줄이 위기 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도시가 생존을 위해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기댈 처지가 된 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고비용 구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중국 등의 거센 추격 속에서 취약해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위험 신호는 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코스피 지수가 한때 6000선까지 넘는 등 증시는 들떠 있지만 현장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증권사들이 실적을 추정하는 상장사 246개사 중 64%에 달하는 158개사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호황을 제외하면 실물 기업 과반수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여기에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까지 겹치고 있다. 이란 전쟁 여파는 수출 주도형인 제조 기업들에게 물류비와 원자재 조달 비용을 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을 더욱 옥죄는 악재다. 증권사들은 상장 기업들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기업 실적 부진은 결국 고용 불안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 소멸이라는 악순환이 된다. 지금 당진·울산·포항·여수·인천 등에서 들려오는 경보음을 왔다가는 경기 사이클로 받아들여선 안된다. 과거처럼 몰락하는 산업에 세금을 쏟아부어 연명하는 식의 해법도 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의 연착륙’과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정교한 설계도다. 이 그림을 그려야 할 곳은 정부다.위기의 이유가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구조조정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화 이후 정부들은 인기 없는 이런 결단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 산업이 오랫 동안 변화 없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에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린다는 생각까지 했으면 한다.

작년 10월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산산업단지. 한때는 완성차량의 출고장이였지만 지금은 흉물로 변했다. /김영근 기자
작년 10월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산산업단지. 한때는 완성차량의 출고장이였지만 지금은 흉물로 변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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