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영광군의 원자력발전소 한빛 2호기가 40년 설계수명 만료로 어제 가동을 멈췄다. 설계수명은 안전 문제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약속한 기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명 연장을 위해 계속 운전을 신청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인허가 심사를 끝내지 못해 ‘행정적 셧다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빛 1호기에 이어 2호기마저 같은 이유로 발전을 중단하면서 호남 지역 원전의 3분의 1이 멈춰 서게 됐다.
한빛 2호기는 내년 7월께까지 전력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백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44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행정 지연에 발목 잡혀 멈춰 선 원전은 한빛 2호기만이 아니다. 고리 3·4호기도 각각 2024년 9월, 2025년 8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과거 ‘탈원전 기조’가 강했던 이유 등으로 원안위의 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이런 공백 상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다른 원전의 가동 공백까지 감안하면 전력 대체 비용은 조 단위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는 11월에는 월성 2호기, 내년에는 월성 3호기와 한울 1호기의 설계수명이 끝날 예정이다.
지속해서 제기될 전력 공백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계속 운전 승인 단위가 10년으로 돼 있다. 이를 미국처럼 2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은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계속 운전 신청만 하면 심사 완료 시까지 기존 허가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관료주의로 행정 절차가 지연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남광주 일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특화단지 등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 인프라 조성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인 첨단산업 경쟁 속에 전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안위 심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발목 잡기식 규제를 혁파하지 않고는 국가 에너지 안보도, 첨단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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