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정치권의 ‘호남 반도체 투자론’에 대해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이 첨단 반도체 산업의 투자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오직 시장과 경제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옳은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며 나라의 미래가 걸린 산업이다. 이에 대한 투자를 정치적 논리로 특정 지역에 몰아준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유발할 수가 있다.
11일 추 대구시장 당선인은 최근 반도체 거점 투자 논의 과정에서 특정 지역 편중설이 나돌고 있다고 했다. 추 당선인은 사실 여부를 떠나 국가 전략산업 투자 결정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 결정은 시장과 경쟁력, 산업 생태계, 인재, 전력과 용수, 산업 용지 등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개입이나 압박이 작용하는 순간 국가 경쟁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영호남 문제가 있어 호남에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후공정 시설을 호남이나 충청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도 김민석 총리가 ‘뭐가 와도 온다’고 말했다며 머잖아 구체적인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 반도체 투자론’이 나오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할 핵심 인프라와 생태계, 인센티브 등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은 미세 배선과 열 관리, 수율 관리 등이 결합 된 고난도 공정인데 이를 운용할 숙련된 인력을 호남권에서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용인·평택 등 인근의 반도체 생산공장과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도 거리가 멀어 물류비와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청와대는 삼성·SK 등의 최고경영진을 불러 지역 투자계획을 조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투자에는 엄청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아직은 ‘숙제’라고 했다. 해외 투자 가능성도 비추었다. 반도체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대규모 투자는 정치나 정권 차원의 판단이 아니라 경제 원리에 따라 기업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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