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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숙고 없는 정책은 정부 신뢰에 독이 될 뿐이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도 현장의 여건과 국민의 수용 가능성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서둘러 추진하면 오히려 혼란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평범한 원칙을 다시 일깨워준다.

[사설] 숙고 없는 정책은 정부 신뢰에 독이 될 뿐이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라도 현장의 여건과 국민의 수용 가능성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서둘러 추진하면 오히려 혼란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평범한 원칙을 다시 일깨워준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도 불과 며칠 만에 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나오고, 여당도 당내 의견 수렴에 들어가는 상황을 맞았다. 특히 부동산 세제는 주택 보유·거주 여부와 주택 수, 소재지 등에 따라 적용 기준이 복잡해지면서 납세자들이 자신에게 어떤 세금이 부과될지조차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야기되고 있다. ISA 개편과 주가 누르기 방지 방안 역시 시장의 반발과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를 입법예고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고 보완하는 정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한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받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며, 대통령의 “반론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다”라고 강조한 것도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의견을 수렴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전에 국민 생활과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데 있다.

세제는 단순한 행정 규칙이 아니다. 국민의 주택 구입과 매도, 자산 운용은 물론 기업의 투자와 경영 판단까지 좌우한다. 따라서 발표 이후 며칠 만에 핵심 내용이 흔들리면 국민은 정부의 다음 결정을 믿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세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공급과 전월세 시장, 금융, 지역별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세제만 앞세우면 정책의 취지와 달리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단 발표하고 문제가 생기면 고친다’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과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사전에 폭넓게 듣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속도가 아니라 정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숙고와 정교함이다. 정책의 일관성이란 한 번 결정한 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 뒤,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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