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주 4.5일 근무제 도입 관련 여론조사(한경·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공동)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 도입 찬성률이 10명 중 7명(69.4%)에 달했지만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자 정반대 결과가 도출됐다. ‘임금이 줄어도 도입하자’는 응답은 35.8%에 불과하고 ‘임금이 줄면 반대’가 55.6%로 절반을 웃돌았다.
얼핏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모든 근로자는 적게 일하고 많이 받는 것을 원한다. 여론조사는 소득 감소 문제를 등한시한 채 밀어붙이면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둔화된다’며 주 4.5일제 도입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는 보고서를 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높은 반대도 주목 대상이다. 1000명 넘게 근무하는 대기업 소속 근로자의 84.2%가 주 4.5일제 도입을 원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찬성률은 48.2%에 불과했다. 상시 인력난에 시달리는 데다 주 52시간 준수도 만만찮은 게 중소기업 현실이다. 주 4.5일제 시행 시 ‘납기 준수가 어렵다’는 중소기업이 10곳 중 4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러 이견과 우려에도 정부는 주 4.5일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 대상 주 4.5일제를 시행 중인 지방자치단체·공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전남광주시는 2년 내에 주 4일제로 이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민간부문에 대한 압박도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노동자 1인당 월 60만원까지 지원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 주 4.5일제 과속은 자칫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 투입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보다 유급휴가 소진율 제고 등 다양한 대안부터 검토하는 게 순서다. 75% 선인 유급휴가 소진율을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끌어올리기만 해도 근로시간은 연 31시간 감소한다.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여러 기업 압박 정책이 최근 1~2년 새 대거 도입된 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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