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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삼성 잠정 타결, 봉합 넘어 이제는 원칙 세워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성과급을 철저히 개인별 차등 보상이나 주식 지급 방식으로 운영하며 경영진의 고유 권한으로 관리하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대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지 않게 명확한 원칙과...

[사설] 삼성 잠정 타결, 봉합 넘어 이제는 원칙 세워야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잠정 타협안을 도출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심야 협상을 이어간 끝에 잠정 합의안에 서명을 마쳤다. 노조는 “21일 예정된 파업을 중단하고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조원 찬반 투표를 22~27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가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던 초유의 반도체 파업을 일단 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봉합’일 뿐이며 우려스러운 대목과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노사는 적자를 기록한 사업 부서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타협을 이뤘다. 파국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성과가 없는데도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경영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또 이번 타결을 계기로 ‘성과급 갈등’이 국내외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연쇄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조선, 통신, 플랫폼 등 핵심 업종의 기업들에서는 ‘이익 N% 성과급’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본사 직원들에게 중소기업 근로자 10년 치 급여에 달하는 거액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격차 해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익의 일정 부분을 노조 요구에 따라 배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상법상 주주총회 고유 권한과 배당 구조를 무력화하는 위법적 행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주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대법원은 성과급을 임금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로 판결한 바 있다.

노조의 압박에 밀려 ‘10년간 한도 없이 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잘못된 합의를 한 SK하이닉스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계 전반에 도미노식 거액의 성과급 요구를 확산시키는 불씨가 됐기 때문이다. .

이번 파업은 일반적 노사 분규와 차원이 달랐다. 노조가 요구하는 1인당 성과급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10년 치 급여인 7억원 안팎을 매년 받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을 나눠 갖겠다는 것은 투자자도 못하는 일이며 일부 노조가 선을 넘었다”면서 “노동 3권은 약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 몇몇의 이익을 위한 무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틀린 말이 없다.

이제 삼성 노사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성과급 산정 방식의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 기업의 장기 성장이나 불황에 대한 대비책 없이 이익의 무조건적인 분배를 명문화하는 일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성과급을 철저히 개인별 차등 보상이나 주식 지급 방식으로 운영하며 경영진의 고유 권한으로 관리하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대기업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지지 않게 명확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삼성 노사 간 타결이 노조의 일방적 독주를 막을 합리적인 보상 기준 구축의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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