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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빚으로 버틴 고용보험기금, 구조개혁 더 미룰 여유 없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7조 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조4천83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고용보험 기금은 5천920억 원의 재정 적자를 냈고, 실업급여 계정은 사실상 차입금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했다.

[사설] 빚으로 버틴 고용보험기금, 구조개혁 더 미룰 여유 없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7조 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조4천83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결과 고용보험 기금은 5천920억 원의 재정 적자를 냈고, 실업급여 계정은 사실상 차입금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했다. 고용보험이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재정 상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실업급여 지출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이어진 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연동되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육아휴직급여와 출산·육아 지원 등 모성보호급여 지출까지 크게 늘면서 실업급여 계정의 부담은 계속 커져 왔다.

이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재정 여력의 급격한 약화다. 법은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에 대비해 연간 실업급여 지출액의 1.5~2배 수준의 적립금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적립 배율은 0.1배에 불과했다. 장부상 적립금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 상태다.

게다가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고용보험료 수입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가 제기되고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은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산업의 호황에 기인한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인 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는 고용보험 재정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은 곧 노동시장 안전망의 약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지금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실업급여 하한액 산정 방식과 지급 체계의 조정, 모성보호급여 재원의 실업급여 계정과 분리, 심지어 보험료율 인상까지 제도 전반에 관해 적극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개혁 과정에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는 필수적이다. 비록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 논쟁이 치열하겠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문제를 미루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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