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정부는 ‘모든 증거가 이란 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사실상 이란 소행임을 단정하면서도 고의성 유무 판단은 유보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이란의 공격 사실을 단호하게 부인했지만 정부가 발표한 잔해물 등으로 판단할 때 이란 소행이 확실해 보인다. 이란과의 우호 관계 유지에 공들여온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그제 나무호를 타격한 것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외교부가 공개한 나무호 타격 비행체의 구성품 중에는 비행체 제조사 ‘TEM’의 각인이 찍혀 있다 한다. 이것은 이란 공기업인 이란항공산업(IACI) 산하 기업인 ‘터빈 엔지니어링 매뉴팩처링’의 영문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어느 누가 봐도 이란 소행임을 부인하지 못할 확실한 증거물이다.
또한 박 차관은 나무호는 미상 비행체에 의해 2번의 공격을 받았는데 첫 번째 탄두는 불폭됐고 두 번째 탄두가 폭발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발 발사했다는 점을 두고 단순 경고 사격이나 오인 사격이 아니라 확실하게 선박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합동조사단의 일원으로서 박 차관의 이날 발표에 동석한 류윤상 국방부 국제차장도 피해를 줄 의도를 갖고 쏜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주목된다. 향후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해를 위해 이란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구상과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해상 안보협의체에 참여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소한의 항행 정보 공유나 해상 감시 협력을 위해서라도 협의체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란에 대해 섣불리 강경 일변도로 나갈 수도 없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는 나무호를 포함해 한국 관련 선박이 26척이나 두 달 넘게 갇혀 있다. 거기 있는 외국 선박에 탄 인원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선원은 160명에 달한다. 이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단호하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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