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법원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2026.10.20 /연합뉴스
대법원이 20일 아리셀 화재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최종심에서 검찰과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로써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징역 4년,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아리셀 화재참사는 2024년 6월 24일 화성시 소재 1차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에서 발생한 전지폭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한 중대재해 사건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주목됐던 건 1심과 2심의 법리와 형량의 현격한 판단 차이 때문이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박순관, 박중언 부자에게 중처법 위반 혐의의 중대성을 인정해 각각 1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여론은 23명의 무고한 희생엔 부족하지만 중처법 시행 후 최고 형량에 상식적인 판결로 인정했다. 하지만 올 4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대법원이 확정해 준 형량으로 1심 형량을 대폭 감형해 유족과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다.
1, 2심 법원 형량 격차의 결정적 배경은 비상구 설치 의무에 대한 법리 차이와 유족과의 합의에 대한 견해 차이였다. 희생자들이 사망한 2층에 법정 비상구가 없었다. 1심은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의 비상구 설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2심은 이 같은 법리로 박중언 본부장의 산안법 위반 혐의와 박 대표의 중처법 위반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희생자들이 절박하게 비상구를 찾았던 아비규환을 외면한 법리다. 또한 1심은 기업이 힘없는 유족과의 합의로 선처를 받는 악순환을 끊겠다며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에 제한적으로 반영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감형에 적극 반영했다.
여론의 수용과 비판이 엇갈린 1심과 2심 판결 중 2심 편에 선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의 판결을 정의롭게 여길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사법 개혁 정쟁과 별개로 각종 강력 사건에 대한 관용적 판결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깊어졌다. 대법원은 비상구 설치 의무 법리를 피해자 편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해석하고, 보상과 배상 등 가해자의 당연한 의무 수행을 특별한 감형 사유로 인정한 2심 판결을 최고 법원의 판례로 남겼다. 아리셀 유형의 참사를 막기도 어렵고 단죄하기도 힘든 판례다. 유족들은 ‘10초 만에 23명 목숨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누가 답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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