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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구급차의 민낯…이대로 방치 말아야 [왜냐면]

최근 응급실 미수용과 배후 진료 붕괴로 지역·필수·공공 의료체계에 경고등이 켜진 지금, 사설 구급차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구급차.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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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제 | 백석대 응급구조학과 교수

최근 응급실 미수용과 배후 진료 붕괴로 지역·필수·공공 의료체계에 경고등이 켜진 지금, 사설 구급차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소방 119구급대가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간 사설 구급차가 중증 환자의 상급병원 전원과 지역 간 의료 공백을 메우는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소방청이 보유한 119구급차 1800여대에 맞먹는 1200여대의 사설 구급차가 매년 25만명이 넘는 응급환자의 병원 간 전원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병상 부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확진자들을 전국 의료기관으로 분산 이송한 주역도, 이태원 참사와 대형 산불 등 국가적 재난 현장에서 응급의료의 사각지대를 메운 이들도 사설 구급대원들이었다. 사설 구급차는 분명 응급의료의 하나의 축을 지탱하는 또 다른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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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일부 사설 구급차의 불법 운행 실태는 그간 쌓아온 공헌을 무색하게 만들며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환자 없는 구급차가 꽉 막힌 도로를 뚫고 연예인이나 특정인의 이동을 돕는 ‘프리미엄 총알택시’로 전락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응급구조사 자격증만 서류로 걸어둔 채 무자격자가 환자를 단독 이송하는 이른바 ‘깡통 구급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에 따르면 환자 안전을 위해 의사,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의 탑승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해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일벌백계로 다스려 마땅하다.

하지만 왜 이러한 탈법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지 그 비용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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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1대를 온전히 갖추는 데 필요한 법정 필수 장비와 소모품만 24종에 달하며, 일반 구급차 5천만원, 특수 구급차는 8천만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된다. 문제는 국가 예산으로 유지되는 119구급대와 달리, 사설 구급차는 전적으로 이송 처치료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다. 저평가된 요금 체계 속에서 업체들은 오늘도 생존을 위해 인력과 장비라는 필수 안전비용부터 줄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는 의료 경제학의 핵심 이론과도 일치한다. 의료 평가에 과학적 분석 틀을 제시한 아베디스 도나베디안의 ‘의료 질 평가 모형’에 따르면 시설, 인력, 재정과 같은 ‘구조적 투입’이 뒷받침되어야 올바른 ‘처치 과정’이 이행되고 환자의 생존이라는 ‘성과’로 이어진다. 보건 경제학자 빅터 푹스의 ‘평탄부 의료 이론’ 역시 최소한의 적정 비용이 투입되지 않는 한계선 이하에서는 의료의 질과 안전이 급격히 붕괴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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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사설 구급차의 위치(GPS) 정보 전송을 의무화해 출동부터 환자 인계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전산망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은 환자 안전과 이송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분명 환영할 만한 조치다. 아울러 12년간 묶여 있던 이송 처치료를 인상해 양질의 이송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개선한 점 역시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변화다.

그러나 단순한 감시와 처벌, 10여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단발성 요금 인상만으로는 현장의 구조적 병폐를 뿌리 뽑기 어렵다. 이제는 해외 주요국처럼 합리적인 원가 보상과 엄격한 구급 품질 관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제도적 대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경우 2002년 4월부터 메디케어(65살 이상 의료 보장 제도) ‘구급차 수가 기준’(AFS)을 통해 소비자물가지수와 유류비 등을 반영한 ‘자동 물가 연동제’(AIF)를 매년 시행함으로써 원가 이하로 저평가된 요금 체계로 인한 이송 서비스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사설 이송 업체에 대해 ‘지자체 소방본부 인증제’를 도입하여 필수 의료장비 구비와 구급대원의 적격성을 정기적으로 공인하고 표준화된 가산 운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질 관리를 견인한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건강보험의 환산지수 계약이나 미국의 ‘자동 물가 연동제’처럼 물가와 유류비, 인건비 변동분을 정례적으로 연동·반영하는 수가 체계를 정착시키고, 일본과 같은 구급 품질 인증제를 결합해 우수 이송 업체를 선별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량 있는 구급대원을 정규 고용하고 법정 장비를 제대로 갖춘 이송 업체가 정당하게 보상받고 지속 발전할 수 있다. 도로 위의 붉은 경광등이 본래의 숭고한 무게를 되찾고 생명을 살리는 신뢰의 상징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엄정한 관리 감독과 선진국형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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