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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법개편에 '동물농장' 꺼낸 판사 "외면과 순응은 비겁"

검찰 폐지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제도 개편을 놓고 현직 판사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빗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일련의 변화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표하면서 법원 내부의 침묵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사법개편에 '동물농장' 꺼낸 판사 "외면과 순응은 비겁"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검찰 폐지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제도 개편을 놓고 현직 판사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빗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일련의 변화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표하면서 법원 내부의 침묵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사법연수원 44기인 성찬용 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글을 올리고 최근 입법과 정치권의 사법부 공세를 함께 겨눴다. 성 판사는 "검찰 폐지,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 도입,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와 국정조사 시도 같은 일련의 변화와 심각한 혼란"이라며 "결국엔 단 한 줄로 요약돼버린 동물 칠계명이 떠오른다"고 적었다.

동물농장은 러시아 혁명 이후 스탈린 독재를 풍자한 소설로 인간을 몰아내고 평등을 내세웠던 돼지들이 새로운 특권층이 돼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는 과정을 그렸다. 성 판사는 "대법원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과 비난을 당하고 목적이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입법과 여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형사사법체계가 저조차 알 수 없게 바뀌는 등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롭다"며 "그럼에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고 꼬집었다.

제도 개편의 목적을 놓고도 의문을 던졌다. 성 판사는 "저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이뤄진 일련의 변화를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을 위한 발전적인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분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법원 구성원들에게는 돼지들의 만행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소설 속 당나귀 '벤자민'을 거론하며 대응을 촉구했다. 성 판사는 "법원 구성원이 다들 벤자민처럼 우리나라의 사법제도와 관련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며 "하지만 알고만 있다는 것이 절대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공격에는 맞서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성 판사는 "무언가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고 순응하는 것만큼 비겁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에 법관의 역할과 권한에 관한 여러 내용을 규정해둔 것은 문제들을 외면하고 순응하라고 만들어둔 것이 절대로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관 역할에 대한 성찰도 주문했다. 성 판사는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며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어떤 법관으로 살아갈지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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