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을 반박하는 수치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가 내놓은 1분기 성적표는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으며 클라우드와 AI는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다만 구글이 클라우드 매출 63% 급증으로 환호를 받은 반면, MS와 아마존은 시간외에서 주가가 빠졌고 메타는 아예 7% 급락했다. AI에 돈을 쓰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투입한 자본이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는 회수 곡선을 누가 더 또렷하게 보여주느냐가 평가의 잣대로 자리 잡은 셈이다. 4사가 올해 AI에 쏟아붓겠다고 예고한 자본지출 합산이 7250억달러, 한화로 1079조원을 넘긴 가운데 시장은 이제 규모가 아니라 전환의 속도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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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는 29일(현지시간) 일제히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4사 모두 매출과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고, 클라우드 부문이 공통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결이 같았다. 그러나 실적 발표 직후 주가 반응은 갈라졌다. 알파벳만 시간외에서 7% 이상 급등했고 나머지 세 곳은 보합 또는 하락으로 마감했다.
알파벳은 승승장구다. 1분기 매출은 109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고 순이익은 626억달러로 81% 급증했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핵심은 구글 클라우드였다. 매출 200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63% 뛰며 처음으로 200억달러 고지에 올랐고, 영업이익은 66억달러로 1년 전의 세 배 수준이 됐다.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직전 분기 2400억달러에서 460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이 잔고가 향후 2년간 절반가량 매출로 전환될 것이라는 회사 측 설명은 시장이 환호한 결정적 이유다.
알파벳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개의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자체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일부 고객사에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AI 모델 제미나이에 광고 도입을 장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TPU는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연산 용량으로만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런 가운데 직접 판매로 노선을 바꾸면 엔비디아 AMD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구도가 된다. 아낫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는 TPU 직판 매출이 올해 말부터 일부 인식되고 대부분은 2027년에 잡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제미나이 광고는 챗GPT 무료 요금제에 광고를 붙이기 시작한 오픈AI에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광고를 거부한 앤트로픽과는 결이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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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 828억9000만달러, 순이익 317억8000만달러로 각각 18%, 23% 늘었다.
클라우드 매출은 545억달러로 29% 성장했고 핵심 사업인 애저 등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이 40% 뛰었다.
AI 사업의 연환산 매출은 370억달러를 돌파해 전년 대비 123% 늘었다는 것이 사티아 나델라 CEO의 자평이다. 코파일럿 유료 좌석은 2000만개를 넘겼다. 그럼에도 주가가 시간외에서 1% 더 빠진 이유는 4분기 가이던스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이 직전 46.3%에서 44%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 연간 자본지출을 190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품 가격 상승만으로 약 25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는 설명도 나왔다. 시장분석업체 발루아의 레베카 웨터먼 CEO는 "구글이 매출과 이익 전망치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MS의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시장은 그 의구심을 해소할 만한 깜짝 성과를 기대했지만 실적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은 매출 1815억달러로 17% 성장했고, AWS가 376억달러 매출에 28% 성장률을 찍으며 15분기 만에 가장 빠른 분기 성장세를 기록했다.
자체 AI 칩 트레이니움을 비롯한 자체 칩 사업의 연환산 매출이 200억달러를 넘었고 오픈AI가 2027년부터 트레이니움 2GW 용량을, 앤트로픽이 5GW를 쓰기로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AWS가 자체 칩과 엔비디아 GPU를 동시에 앞세우는 이중 트랙 전략이 실제 수주로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만 잉여현금흐름이 12억달러로 1년 전 259억달러에서 급감한 것은 시장이 부담스럽게 본 지점이다. 회사 측은 "AI 투자 관련 유형자산 매입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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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는 매출 563억1000만달러로 33% 늘며 2021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주가는 7% 급락했다. 인프라 한계와 청소년 중독 논란이 동시에 발목을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메타가 일반용 데이터센터 서버 수명을 6~7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에 자원을 몰아넣기 위한 비용 절감 조치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13세 미만 아동의 서비스 이용을 차단하지 못해 EU 법률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결론이 확정되면 메타는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6%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CNBC는 "메타는 AI 투자를 수익으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자본지출 가이던스는 4사 모두 상향 조정됐다. 알파벳이 최대 19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가 1900억달러, 메타가 1250억~1450억달러로 올렸고, 아마존을 합친 4사 합산은 약 7250억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연초 가이던스로 집계된 6740억달러를 510억달러 웃도는 규모다. 1년 새 한국 정부 예산의 1.5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AI 인프라 한 곳으로 몰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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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적의 의미는 AI 비용이 매출로 환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다만 그 속도와 가시성은 기업별로 다르다.
구글은 수주 잔고와 클라우드 매출이라는 두 개의 가시적 지표를 동시에 보여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좌석 수와 AI 연환산 매출은 보여줬지만 영업이익률 둔화라는 변수를 떠안았다. 아마존은 자체 칩 매출과 빅테크 고객 락인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잉여현금흐름이 빠지는 부담을 안고 있다. 메타는 광고 매출과 인프라 투자 사이에서 균형점을 잡지 못한 분기로 정리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AI 인프라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빅테크들은 AI에 돈을 쏟는 행위 자체로 미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1분기 실적과 시장 반응은 자본지출의 절대 규모보다 그 자본이 클라우드 매출과 AI 서비스 유료 사용자, 칩 판매 같은 구체적 회수 경로로 연결되는지가 평가의 핵심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줬다. 구글이 클라우드 후발주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시간외에서 7% 급등으로 환호받은 반면 메타가 7% 급락한 차이가 그 변화의 단면이다.
풀스택 AI를 앞세운 구글의 약진, 오픈AI 독점이 풀린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행보, 자체 칩으로 외부 빅테크를 끌어들이는 아마존의 베팅, 인프라와 규제 리스크를 동시에 안은 메타의 부담이 2분기에 어떤 곡선을 그릴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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