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최근 6·25 전쟁 76돌을 맞이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지형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하는 것도 모자라, 동족 관계를 부정하는 '2개의 국가론'을 내세우며 대남 적대 행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역시 단순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AI, 인공위성, 드론뿐 아니라 전력망과 기간망을 한순간에 마비시키는 사이버 보안 공격이 전장을 지배하는 하이브리드 현대전의 참상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방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 앞에 선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은 바로 '인구 절벽'이다. 2025년 출생아 수가 25만8000여 명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과거의 재래식 병력 구조를 유지하려면 한 해 출생아가 최소 50만 명은 넘어야 한다. 징병제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이제 시한폭탄과 같다.
필자는 5년 전부터 모병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제는 인구 구조의 한계를 넘어 군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단계적 모병제'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 70~80년 전만 하더라도 군은 최첨단 기술의 발상지이자 선진 문물을 민간에 이전하는 표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군은 민간의 비약적인 테크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낙후되어 있다. 18개월의 짧은 의무 복무 기간 동안 병사들은 고도화된 첨단 기술을 숙달할 시간조차 없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군에 입대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아니라 미국, 이스라엘, 독일 등 군사 강국처럼 AI, 로봇, 인공위성은 물론이고 지능형 사이버 보안 기술까지 군에서 깊이 있게 학습하고 성장하는 '미래형 첨단 인재 양성의 장'이 되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와 국방부 역시 민간의 최첨단 기술을 군에 신속히 접목하는 '국방혁신 4.0'을 추진하며 과학기술 강군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군이 첨단 과학기술과 AI, 사이버 보안을 다루는 전문 기술자들을 우대하고 인재를 직접 키워내는 핵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모병제를 통해 선발된 정예 전문 인력이 군에서 AI를 접목한 드론, 로봇, 위성기술과 소프트웨어, 사이버 방어 능력을 연마하고, 전역 후 이를 민간 산업에 전수하여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접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력이 곧 안보이자 국력인 시대에, 자발적으로 지원한 정예 군인들이 자부심을 품고 복무할 때 비로소 선제적 방어와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나온다.
안보 공백을 우려해 모병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현대 기술전의 본질을 오독한 결과다. 110만 대군을 자랑하는 북한의 군사력이 정작 세계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재래식 보병 위주의 한계 때문이다. 반면 미국 등 글로벌 강국들은 철저한 모병제 속에서 고도의 과학기술 군과 사이버 전력을 완성했다.
이제 정부는 군이 첨단 과학기술 및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양성하고 민간의 테크 역량을 접목할 수 있는 국가적 로드맵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 군을 첨단 인재의 요람으로 탈바꿈시키는 단계적 모병제만이 인구 절벽의 파고를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의 중심에 당당히 세우는 유일한 열쇠이다.
/문재웅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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