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77] 외식업 경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거리에는 ‘임대 문의’가 붙은 매장이 늘어나고, 창업 시장에서는 폐점과 업종 전환 상담이 일상이 되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많은 외식업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환경은 분명 이전보다 훨씬 녹록지 않다.
많은 외식업자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팬데믹만 끝나면 좋은 시절이 올 것으로 기대하며 참고 견뎠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그런 기대는 완전히 깨졌다. “외식업은 이제 어렵다”는 말이 마치 산업 전체를 설명하는 것처럼 반복되고 있다.
소비는 줄지 않는다, 기준이 올라갈 뿐이다
그런데 시장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장면이 보인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브랜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식당은 손님이 줄어드는 시기에도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어떤 브랜드는 오히려 새로운 매장을 늘리며 확장을 이어간다. 외식업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샐러디 샐러드 메뉴.
외식업 불황을 이야기할 때 종종 놓치는 사실이 있다. 외식 소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식당에 가고, 배달을 주문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만 소비의 방식이 달라진다. 이전보다 더 신중하게 선택하고, 실패 가능성이 낮은 곳을 찾는다. 결국 불황 속 시장은 ‘덜 소비하는 시장’이라기보다 ‘더 엄격하게 선택하는 시장’에 가깝다.
이 변화는 외식 브랜드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은 것이 아니라, 선택 기준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고객이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선택되는 식당들을 보면 메뉴가 화려하지 않아도 콘셉트가 명확하다. 빠르게 먹을 수 있고, 가격 부담이 적으며, 맛에 대한 실패 가능성이 낮다. 이런 요소들은 거창해 보이지 않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불황 속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바로 이 ‘선택의 이유’를 명확하게 만들어낸다.
매출을 지탱하는 힘, 재방문 구조
외식업에서 매출을 만드는 가장 안정적인 방식은 결국 재방문이다. 일회성 방문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브랜드를 오래 유지시키는 힘은 반복 방문에서 나온다. 특히 불황기에는 이 재방문 구조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새로운 고객을 계속 끌어들이기보다 기존 고객이 반복적으로 찾는 브랜드가 훨씬 안정적인 매출을 만든다.
실제로 오랫동안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특정 메뉴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여기 오면 이건 꼭 먹는다”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메뉴가 있는 경우다. 해장국, 국밥, 돈까스 같은 익숙한 메뉴들이 오랫동안 외식 시장에서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메뉴들은 특별히 화려하지 않아도 반복 소비 구조를 만들기 쉽다. 재방문을 일으키는 메뉴가 맛집이면 훨씬 유리하다.
순대국 브랜드 청와옥이 대표적이다. 흔한 순대국이지만 맛집으로 자리 잡았고, 오징어숯불구이 같은 주연급 조연 메뉴가 객단가를 높여준다. ‘샐러디’나 ‘포케올데이’처럼 최근 건강식이나 샐러드 전문점이 성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는 소비자에게는 ‘가끔 먹는 음식’이 아니라 ‘자주 먹는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재방문이 반복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불황 속에서도 매출의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얌샘김밥 김밥 메뉴.
불황기에 잘되는 또 다른 외식업은 고객의 일상 속에 자리 잡는 브랜드다. 특별한 날에만 떠오르는 식당보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식당이 훨씬 강하다. 점심시간 직장인이 반복적으로 찾는 식당, 퇴근 후 가볍게 들르는 술집, 운동 후 들르는 건강식 매장처럼 특정 생활 패턴과 연결된 브랜드는 불황에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밥, 도시락, 덮밥, 죽 같은 주식형 한식 업종들이다. 얌샘김밥, 김가네김밥, 한솥도시락, 본죽&비빔밥이 그 예다. 이들 브랜드가 수많은 위기를 넘기면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이유는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들어간 브랜드는 무너지지 않는다
외식업은 결국 생활 산업이다. 일상의 리듬과 연결된 브랜드는 시장 상황이 변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고객의 생활 패턴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대표 메뉴가 힘을 가진 외식 브랜드는 불황을 쉽게 견딘다. 특히 대표 메뉴가 클래식이 되면 더 단단하다. 커피 브랜드 카페인중독은 커피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한 와플이 시그니처다. 야식이 생각나고 당이 필요할 때 이 와플만큼 커피와 어울리는 메뉴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한 커피 브랜드인 백억커피는 커피와 어울리는 시네마 푸드가 대표 메뉴다.
이전 세대가 영화관에서 팝콘과 음료를 즐겼다면, 지금은 가정에서 백억커피의 팝콘 떡볶이 등을 시켜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본다. 불황기에는 마케팅의 역할도 달라진다. 평소에는 화려한 광고나 SNS 노출이 브랜드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시기에는 이런 요소만으로는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기 어렵다. 고객은 광고를 보고 방문할 수는 있지만, 실제 경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마케팅보다 경험’을 더 강하게 만든다. 메뉴의 완성도, 서비스의 안정성, 공간의 편안함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바쁜 시간에도 맛과 서비스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식당은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 이 신뢰는 광고보다 훨씬 오래가는 자산이 된다.
불황일수록 드러나는 ‘체감 가치’와 경험
불황기 외식 트렌드를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하나 나타난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지만 ‘체감 가치’에는 오히려 더 민감해진다. 그래서 최근 외식 브랜드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 ‘풍성함’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한다. 풍성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는 불황기에도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고기 한 판에 계란찜과 찌개를 함께 내거나, 한상차림처럼 보이도록 구성해 손님이 느끼는 만족도를 높인다. 중요한 것은 실제 가격이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다’는 심리적 납득이다.
효자동솥뚜껌 매장 전경.
대표적인 사례가 ‘효자동 솥뚜껑’이다. 이 브랜드는 팬데믹이 끝날 무렵 론칭했는데, 짧은 기간에 10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했다. ‘효자동 솥뚜껑’은 단순한 삼겹살집이 아니라 ‘솥뚜껑, 흑돼지, 가성비 한상’ 조합으로 포지셔닝한 브랜드다. 솥뚜껑을 통해서 추억을 다시 경험시키고, 흑돼지 삼겹살 500g에 계란찜과 된장찌개를 묶어 한상형 체감 가치를 만들었다. 본사는 듀록 100% 원육 납품, 고기 한 판 500g에 김치·콩나물·계란찜·된장찌개 포함, 대파김치·멜젓·장아찌 차별화를 경쟁 포인트로 제시한다.
결국 이 브랜드는 ‘고기만 파는 집’이 아니라 푸짐해 보이는 구성으로 테이블 객단가를 쉽게 올리는 집에 가깝다. 이런 구조를 통해 고객에게는 푸짐함을, 가맹점주에게는 육부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을 단순화하고 수익성을 높인 것이 불황 속 성장의 비결이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는 절약하면서도 작은 보상을 원한다. 그래서 외식업에서는 화려한 콘셉트보다 푸짐한 한상, 넉넉한 양,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 같은 풍성함의 연출이 강한 경쟁력이 된다.
효자동솥뚜껑 삼겹살 메뉴.
외식업 불황은 모든 브랜드에게 같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황은 브랜드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평소에는 화려한 마케팅이나 트렌드 덕분에 잘 보이지 않던 차이가 이 시기에 드러난다.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왜 다시 방문해야 하는지가 분명한 곳은 여전히 손님을 모은다. 그래서 불황은 외식 브랜드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시험대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구조가 얼마나 단단한지, 고객의 일상 속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 있는지, 그리고 경험의 완성도가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외식업 시장은 앞으로도 경기와 소비 흐름에 따라 여러 번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는 더 명확한 이유를 가진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만들어낸 브랜드만이 불황 속에서도 성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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