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치료 효과를 암시한 일반식품 광고가 수백 차례 적발돼도,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은 게시물뿐이었다. 반복 위반의 배후와 수익 연결고리를 쫓아 책임을 묻는 절차는 멈춰 섰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대응은 웹사이트 차단 요청에 머물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용갑 의원이 식약처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과 2026년 일반식품 부당광고 상위 10개 블로그는 모두 같은 업체 제품을 2902건 홍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고 문구는 기침과 천식 등에 효능이 있는 듯한 후기를 앞세웠고, 게시물 끝의 구매 링크는 해당 업체 상품 판매 페이지로 이어졌다.
광고성 글 다수에는 업체 지원을 받아 작성했다는 취지의 문구도 붙었다. 게시자 개인의 일회성 일탈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광고 게시물 차단을 요청했을 뿐, 해당 블로그 운영자나 업체를 고발한 사례는 없었다.
한 블로그에서만 올해 361건의 부당광고가 적발됐지만 식약처는 개인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수백 건의 위반이 누적되는 동안 같은 방식의 조치가 되풀이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식약처의 기존 대응과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2024년 사회관계망서비스 부당광고 계정 운영자 20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지난 2025년 12월에는 인공지능 가짜 전문가 영상을 활용한 업체를 수사 의뢰했다. 운영 주체를 추적해 형사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는 기관이 반복 게시물 앞에서는 인적사항 확인 불가를 내세운 것이다.
일반식품을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보이게 하는 광고는 소비자의 치료 기회를 지연시키거나 불필요한 구매를 부를 수 있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도 질병 예방·치료 효능을 내세운 광고를 금지하고, 위반 때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다. 법 조항의 무게와 현장 집행 사이의 간극이 선명하다.
문제는 더 넓게 번지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일반식품 온라인 부당광고는 5만873건이다. 2022년 8813건이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만4254건으로 늘었지만, 적발 계정 수는 4269개에서 3970개로 줄었다. 더 적은 계정이 더 많은 광고를 반복하는 집중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박용갑 의원이 겨냥한 대목도 여기에 있다. 차단 요청만으로는 게시물 하나를 지울 수 있을 뿐, 같은 제품을 앞세운 반복 광고와 판매 수익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반복 위반 제품과 업체를 함께 추적하고, 플랫폼 협조를 통한 게시자 확인과 고발 기준을 촘촘히 마련해야 소비자 보호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대전=이한영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