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부진아, 왜 호텔 맡긴 줄 아니?” 이건희가 낸 쓰레기통 테스트
중앙일보
[기업인 연구] 이부진과 정유경
한국 사회에서 ‘이부진과 정유경’은 하나의 현상이다. 막대한 부를 승계한 재벌 3세들. 그러나 대중은 그들에게서 치열하게 자녀를 키운 ‘대치맘’과 ‘아이돌맘’, 혹은 오빠와 경쟁해 제 몫을 받아낸 ‘K-장녀’의 모습을 보고 선망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장자 중심의 한국 재벌가에서 흔치 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10년간 한국 면세 산업의 폭발적 성장기에 승승장구했으나, 변화된 경영 환경은 이들에게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부진과 정유경은 준비된 리더인가.
재벌을 연예인처럼 소비하는 대중의 심리는 무엇이며, 당사자들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며 사업에 활용하고 있나.
이부진과 정유경을 통해 The JoongAng Plus가 한국의 여성 재벌 오너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연구한다.
1회 “부진아, 왜 호텔 맡긴 줄 아니?” 이건희가 낸 쓰레기통 테스트
2회 신세계百 럭셔리 설계자 정유경...“회장님이 일일이 O,X 표시” (6/10 예정)
3회 ‘대치맘 이부진’과 ‘애니맘 정유경’, 재벌엄마 신드롬 (6/15 예정)
쓰레기통 속을 잘 봐라.
호텔을 걷던 회장이 말했다. 따르던 몇몇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쓰레기통 속에 뭐가 있다는 건지, 어떤 문제가 있고 뭘 하라는 건지, 설명도 지시도 없었다.
기획부 소속 부장 한 명이 유독 말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했다. 얼마 뒤 호텔 쓰레기통이 모두 철제로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는 실내에서 흡연하고 담배 꽁초를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리던 시절이었고,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녹아 자칫 불이 날 위험이 있었다. 쓰레기통 안에 남은 담배 자국에서 그걸 생각해내라는 시험이었다.
객실 쓰레기통을 살피며 씨름한 당시 30대 초반의 기획부 부장은 바로 이부진. 현재 호텔신라 대표이사인 이부진 사장의 입사 초기 에피소드다. 시험문제를 낸 회장은, 장녀에게 직접 호텔 경영을 가르치던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2014년 1월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가운데)이 삼성 사장단 신년만찬에 장녀 이부진 사장의 손을 잡고 참석했다. 왼쪽은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중앙포토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삼성그룹 전직 임원은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이부진 사장을 예뻐한 건, 일할 때 철두철미한 자기 성미를 그대로 닮아서였습니다.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 않고 한마디를 던지는데, 이 사장이 그걸 다 챙겨 들었던 거죠.
‘10만원대 딘트* 원피스를 입는 리틀 이건희’ 이부진의 시작은 그랬다. 2001년 부장으로 입사해 2010년 12월부터 대표이사로 호텔신라를 이끄는 이부진 사장은 ‘삼성가의 장녀’라는 타이틀에 외모 자산, 여기에 각종 행사에 기꺼이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적 인기까지 누린다.
*딘트 : 국내 중저가 디자이너 브랜드. 이부진 사장이 종종 공식 석상에 이곳 옷을 입고 나와 화제였고 해당 제품들은 완판됐다.
2026년 1월 이부진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10만원대 원피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뉴스1
그러나 16년째 쓰고 있는 ‘호텔신라 대표이사’의 왕관은 가볍지 않다. 이 사장은 한국 면세 산업의 폭발적 성장기에 CEO로 데뷔해 성장의 단맛을 봤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2010년대 한국이 중국 관광객의 첫번째 해외여행지였다면 지금은 K컬처 애호가들의 n차 여행지다. 쇼핑의 중심도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면세점에서 K컬처를 맛보는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무신사)’로 바뀌었다. 면세·호텔 사업 전략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한 때다.
(계속)
“부진아, 내가 왜 너한테 호텔을 맡겼는지 아니.”
신라호텔에 한 달 이상 묵으며 경영을 가르치던 이건희 회장. 딸 이부진에게 남긴 한마디는 뭐였을까.
사업의 시작부터 재벌가 빵집 논란까지 ‘경영인’ 이부진 스타일을 분석했다.
“부진아, 왜 호텔 맡긴 줄 아니?” 이건희가 낸 쓰레기통 테스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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