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 번째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4주째 ‘취임 후 최저치 지지율’인 18일 단상에 선 이재명 대통령의 첫마디는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드린다”였다. “배려도, 섬세함도, 소통도 부족했다”며 ‘부족’이라는 단어를 13차례 반복했고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의 뒤엔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란 글이 걸렸다. 99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치며 그가 한 말은 이랬다. “당초 하고자 했던 일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힘들여서 계속해나가겠다.”
이 대통령의 이날 기류였다. 그는 자신의 연임이나 공소취소 특검에 대해선 그간 비판을 수용한 듯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동시에 ‘검찰개혁’에도, 부동산 정책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지층을 향해선 ‘나도 아프다’고 했다.
여야의 입장은 그래서 극명하게 갈렸다. 여권에선 친청계 최민희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명·청 갈등) 그 상처에 공감해 주셨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야권에선 “‘모두의 대통령’이라면서 좌파들에게만 손 내밀었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당초 예정 시간을 30분 늦출 정도로 막판까지 수위를 조절했다는데, 총론에선 ‘낮은 자세’였다. 그는 “작은 성과와 국민께서 보내주시는 큰 성원 앞에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었다”며 “모든 일에 더 세심하게, 더 낮게,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8·30 개각 이후 인사 논란을 두고도 “그것 역시 우리의 잘못이고 부족함”이라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구체적 정치 현안에선 다소 달라졌다. 연임 개헌 논란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한다.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간 공개 답변을 자제한 데 대해선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는 마치 제가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하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정치 공세라 생각했다”며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 가능성은 차단했다. 그는 국회에 “특검의 권한 사항 중에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만 집중해 달라”며 “불필요하게 공소취소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저로서 알고 있는 진상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스스로를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 기소를 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핵심 국정과제에선 기존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적 과제인 불가역적 검찰 개혁을 책임 있게 완수하겠다”고 했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것이 이 정부의 가장 중심 과제”라며 “이 정부는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개혁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등 ‘개혁’이란 단어도 45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도 지지층을 향한 호소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우린 친문·친노·친DJ, 이재명 동지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며 “가슴 아픈 현실이 만들어진 데 수많은 원인과 동인이 있겠지만, 민주당 제1 당원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인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또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과 가치·지향·정책을 우리는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그게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의 소망”이라며 “이분들이 요새 많이 아파하고 있다. 저도 아프다”고 했다. 이어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커도 우리가 이겨내야 할 상대와의 거리만큼 멀지는 않다”며 “조금 화나는 게 있더라도 우리가 원래 가진 지향과 가치를 향해 조금은 눈감아주고 조금은 포용하면서 같이 갈 길을 찾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밝힌 변화와 소통 의지가 실제 국정 운영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서 1차로 드러날 전망이다. 민주당이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아직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며 “역량과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무선전화면접)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로 취임 후 최저치였다. 8월 넷째 주부터 42%→40%→38%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회견이 이 추세를 멈출지를 두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결국 김승원 후보자의 장관 임명에 달렸다”고 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다만 이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 호소에도 여권 내부에선 파열음이 이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추미애 경기지사가 친여 성향 유튜버 박시영씨가 운영하는 정치컨설팅 업체에 20억원이 넘는 선거 비용을 지출한 논란과 관련해 “그 가격의 적정성이 적정한 내용으로 담보됐는가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 지사는 이날 국회 행사에서 “개혁에 대한 약속도 구두선이 아니라 실제 개혁 조치를 해내야 국민이 지도자를 바라볼 때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새로 생긴다”는 말을 했다.
오현석·하준호·이찬규·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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