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까지 와서 돼지국밥은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 세 집을 살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같은 뚝배기에 담겼다고 같은 국밥은 아니다. 한 집은 항정살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다른 집은 뚝배기 밖 수육삼합으로 시선을 붙든다. 뽀얀 국물을 기대했다가 맑은 국물과 마주하는 집도 있다. 익숙한 한 그릇인 줄 알았던 돼지국밥에 반전이 숨어 있다.
2026 부산돼지국밥대전 포스터. 부산시 제공
시민과 관광객 3만8194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세 집이 선택받았다. 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 영진돼지국밥 본점, 합천국밥집. 지난 16일 발표된 ‘2026 부산돼지국밥대전’ 톱3다. 부산의 수많은 국밥집 가운데 사람들은 왜 이 세 집에 표를 던졌을까.
부산시는 이날 부산국제금융센터2(BIFC2)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선정 결과를 공개했다. 시민 추천으로 추린 국밥집 20곳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다. 세 집의 개별 득표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선정 업소는 가나다순으로 발표했다.
세 집의 메뉴를 들여다보면 국물 빛깔만으로는 알 수 없는 차이가 드러난다. 고기를 고르는 방식부터 곁들이는 음식, 밥과 국물을 어우러지게 하는 손길까지, 익숙한 국밥을 저마다의 한 그릇으로 완성하는 방식이 다르다.
■ 국밥을 시켰는데, 항정살이 주인공…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
국밥의 주인공은 으레 국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수영구 수변최고돼지국밥 민락본점에서는 고기에도 눈길이 간다. 간판 메뉴인 ‘항정국밥’은 여러 부위를 섞는 대신 항정살만 넣어 완성한다. ‘어떤 국물인가’에 앞서 ‘어떤 고기가 들어 있나’를 묻게 하는 한 그릇이다.
수변돼지국밥
국물 한 숟갈을 뜨고, 항정살 한 점을 집고, 다시 밥을 곁들이는 즐거움.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국밥에 좋아하는 부위를 골라 먹는 재미를 더한 구성이다. 고기를 국물 속 곁들이로 두지 않고, 메뉴 이름부터 중심에 세웠다. 국밥 한 그릇으로 항정살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의 차별점이다.
■ 맛의 비결은 뚝배기 밖에도…영진돼지국밥 본점
사하구 신평동의 영진돼지국밥 본점에서는 뚝배기 밖으로도 눈길을 돌릴 만하다. 1995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 집은 항정수육에 볶음김치와 두부를 곁들이는 ‘삼합’으로 이름나 있다. 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수육 한 상의 매력까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영진돼지국밥
수육만 한 점 집어 먹고, 다음에는 볶음김치를 얹고, 다시 두부까지 포갠다. 같은 고기도 무엇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한입의 구성이 달라진다. 국물 한 숟갈과 수육 한 점을 번갈아 즐기는 식탁에는 든든한 국밥 한 끼와 음식을 나누는 풍성함이 함께 놓인다. 이 집을 기억하게 하는 맛의 단서는 국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단골의 응원도 있다. 경향신문 현장 보도에서 고향이 사하구라는 한 방문객은 영진돼지국밥을 응원했다며 부드러운 고기와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꼽았다. 특별한 미식 경험에 앞서, 다시 찾고 싶은 일상의 한 끼로 손님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 뽀얀 국물일 줄 알았는데…합천국밥집
돼지국밥 하면 뽀얀 국물부터 떠올렸다면 남구 용호동의 합천국밥집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이 집의 특징은 맑은 국물과 토렴이다. 밥을 토렴해 국물과 어우러지도록 한 그릇을 완성한다.
합천국밥집
차이는 김치에도 있다. 멍게를 넣어 돼지국밥 한 상에 바다의 재료를 끌어들였다. 맑은 국물과 토렴한 밥, 멍게를 넣은 김치가 이 집만의 조합을 이룬다. 항정살을 전면에 내세운 수변최고, 수육삼합으로 식탁을 채운 영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합천국밥집은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한 투표에서도 톱3에 들었다. 전문 미식 안내서에 소개된 데 이어 대중의 선택도 받은 것이다.
■ 한 그릇만으로는 몰랐던 부산의 맛
세 집을 살펴보면 ‘부산 국밥은 어떤 맛인가’라는 질문에도 여러 답이 나온다. 항정살을 즐기는 국밥, 수육을 다채롭게 곁들이는 국밥, 맑은 국물에 토렴한 밥을 담은 국밥. 하나의 전형으로 묶기보다 무엇이 다른지 살펴볼 때 집집마다의 개성이 더 선명해진다.
여러 국밥집의 맛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기회도 마련됐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여는 ‘국밥쇼케이스’는 18일까지 BIFC2 3층 나우어라이빙에서 이어진다. 운영시간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다. 시민 추천 국밥집 20곳 가운데 11곳이 사흘간 나눠 참여한다.
세 가지 맛을 비교하는 ‘맛보기 플래터’는 사전예약이 마감됐지만, 현장에서는 한 가지 맛을 담은 ‘하프 국밥’을 구매할 수 있다. 17일과 18일 오후 6시에는 박상현 맛칼럼니스트와 함께 부산의 돼지국밥 지도와 역사를 살펴보는 ‘국밥살롱’도 열린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한 그릇에서 미처 몰랐던 부산의 맛을 찾아보는 자리다.
뚝배기를 비우고 나면 처음의 질문도 달라질지 모른다. “국밥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에서 “다음에는 어느 집에 가볼까”로.
부산=구형모 기자 hmni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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