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훈 서원대 경영부동산 겸임교수·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도회 상당구지회장
상권을 볼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공실률을 확인한다. 빈 점포가 많으면 침체된 상권, 적으면 안정된 상권이라고 판단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 상권을 들여다보면 공실률은 원인이라기보다 문제가 쌓인 뒤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 그래서 공실률만 보고 상권의 가능성을 판단하면 중요한 신호를 놓칠 수 있다.
청주 성안길을 걸어보면 같은 상권 안에서도 분위기가 다르다.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한 블록만 들어가도 발길이 뚝 끊기는 골목이 있다. 유동인구가 많아 보여도 모든 사람이 소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이나 환승을 위해 지나가는 사람과 식사·쇼핑·여가를 목적으로 머무는 사람은 소비 방식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지나가느냐보다 누가, 왜, 얼마나 머무느냐다.
임대료도 함께 봐야 한다. 입지가 좋아 보이는데도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점포를 종종 만난다. 이런 자리는 장사가 안돼서라기보다 월세와 관리비, 권리금 등 점포비용이 예상매출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월세와 관리비를 포함한 점유비용이 매출의 20%를 넘는 구조라면 매출이 조금만 줄어도 버티기 어렵다. 상권이 감당할 수 있는 매출은 정해졌는데 비용만 높게 유지되면 공실은 반복된다. 같은 자리에서 카페가 2~3년 사이 세 번이나 바뀌는 경우도 이런 구조에서 자주 나타난다.
가경동과 강서동처럼 공동주택 배후수요와 차량 유입이 많은 상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배후세대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업종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저가 커피나 프랜차이즈가 이미 밀집한 곳에 비슷한 매장이 다시 들어오면 유동인구가 충분해도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자리에서 유사 업종이 계속 바뀐다면 운영자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업종과 상권의 궁합부터 살펴야 한다.
공실의 위치도 중요하다. 대로변은 영업 중인데 이면도로만 비어 있는지, 1층은 차 있는데 2층 이상이 비어 있는지에 따라 원인은 달라진다. 접근성, 보행동선, 주차, 가시성 가운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낮에는 사람이 많지만 저녁이면 조용해지는 곳도 있고, 평일보다 주말 매출에 의존하는 상권도 있다. 통계만으로는 이런 차이를 모두 읽기 어렵다.
공실이 생긴 시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축 건물의 초기 공실과 여러 해 동안 임차인이 들지 않는 장기 공실은 의미가 다르다. 주변 도로 공사나 대형 점포의 이전처럼 일시적인 요인이 있는지, 상권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한 것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현장 중개를 하다 보면 공실이 많아도 임대료가 조정되면서 다시 살아나는 곳이 있고, 반대로 공실은 적지만 기존 점포의 매출이 빠르게 줄어드는 곳도 있다. 숫자만 보면 전자가 더 위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후자가 먼저 흔들리고 있을 수 있다.
상권분석은 숫자를 확인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임대료를 감당할 매출이 나오는지, 해당 업종의 고객이 실제로 머무는지, 경쟁 점포와 다른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비어 있는 점포의 수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이 상권은 지금의 임대료와 업종을 감당할 체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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