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과거가 현재를 구했다: 4월의 함성과 보훈이 밝히는 대한민국의 미래-박용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민주주의의 역사는 순풍에 돛을 단 유람선처럼 평온하게 온 것이 아니라, 격랑의 파도를 넘고 넘어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전진해 온 것입니다.” 지난 4월 19일, 제66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울려 퍼진 대통령의 연설은 우리 가슴속에 잠자던 민주주의의 DNA를 다시금 깨웠습니다. 66년 전, 오만하고 무도한 권력을 무너뜨린 시민들의 담대한 용기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뿌리였음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이 연설은 단순히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2024년 겨울의 내란 위기를 빛의 혁명으로 이겨낸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4·19 정신의 완생(完生)으로 연결하며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과거가 현재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 문장은 최근의 대한민국에서 벅찬 현실이 되었습니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야만적 시도 앞에 시민들을 국회로, 광화문으로 이끌었던 동력은 다름 아닌 4·19로부터 계승된 ‘항거의 유전자’였습니다. 1960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습니까”라던 중학생의 비장한 유언은, 시공간을 건너 헌정 질서를 사수한 시민들의 손에서 다시 쓰였습니다. 과거에는 제도가 미비하여 혁명적 수단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 우리는 숱한 역사의 경험을 통해 길러온 성숙한 시민의식과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로 내란 수괴를 심판했습니다. 이 유례없는 민주적 연대는 대한민국 국민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국제사회의 경탄으로 이어졌습니다.
위기를 딛고 일어선 민주주의의 성공은 곧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적 번영으로 직결되었습니다.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과 ‘아리랑’의 선율을 배경으로 펼쳐진 방탄소년단(BTS)의 무대는 그 찬란한 정점이었습니다. 식민 통치와 억압의 잔재를 걷어낸 자리에서 가장 자유롭게 울려 퍼진 보랏빛 함성은,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비옥한 토양 없이는 백범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높은 문화의 힘’도 결코 피어날 수 없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습니다. 시민들이 피땀으로 지켜낸 헌법적 가치가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국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유공자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를 최고로 예우하고, 보훈 제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가와 체제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자신의 안위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목숨 걸고 앞장선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빛나는 현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보훈은 단순한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의 숭고한 교훈을 되새기고,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을 끊임없이 성장시키며,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입니다.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을 잊은 국가에게 위기를 극복할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과 민족 갈등, 그리고 독재라는 역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최초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불의를 밀어내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부문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이 되었으며, K-문화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위대한 나라 대한민국은,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 체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목숨은 하나의 우주”라는 4·19 기념사의 한 구절처럼,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쓰러져간 수많은 우주를 온전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헌신을 명예롭게 기리고 보훈의 가치를 굳건히 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위기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했듯, 우리가 아로새긴 보훈의 기억과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대한민국의 찬란한 미래를 영원히 구원할 것입니다.
경남도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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