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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이지 않는 총탄, 가짜뉴스 [미디어 전망대]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주민이 다섯 아이를 데리고 이스라엘군 공습에 무너진 잔해를 헤치며 걸어 나오는 장면이라고 보도됐으나 나중에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밝혀진 사진.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보이지 않는 총탄, 가짜뉴스 [미디어 전망대]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주민이 다섯 아이를 데리고 이스라엘군 공습에 무너진 잔해를 헤치며 걸어 나오는 장면이라고 보도됐으나 나중에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밝혀진 사진.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1898년 미 해군 전함 메인호가 쿠바 아바나만에서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해 승무원 260여명이 숨졌다. 당시 치열한 신문 판매 경쟁을 벌이던 ‘뉴욕 저널’ 사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쿠바에 파견한 삽화가에게 말했다. “당신은 그림을 보내라. 전쟁은 내가 만들 테니.” 명확한 증거도 없이 스페인을 배후로 지목한 허위 보도는 대중의 분노를 자극했고, 결국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으로 이어졌다. 가짜뉴스가 낳은 이 참극은 오늘날 인공지능(AI)이라는 첨단 기술을 입고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물리적 충돌인 동시에 허위 정보가 빗발치는 ‘인지전’ 양상을 띤다. 가자지구 건물 잔해에서 아이들을 업고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합성 사진이었고, 러시아 전투기 6대를 격추했다는 우크라이나 조종사 ‘키이우의 유령’ 영상은 비디오 게임 장면으로 밝혀졌다. 급기야 진실조차 가짜로 매도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실제 영상은 적대 세력에 의해 ‘딥페이크’라는 거짓 선동의 표적이 됐다.

가짜뉴스의 파괴력은 그것이 타고 흐르는 확산 구조에 있다. 진짜 뉴스는 일단 전파된 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반면, 가짜 정보는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였다(카이스트 연구팀). 실제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는 적대적 메시지의 절반 이상이 단순 재게시 형태로 증폭되며, 가짜뉴스의 온라인 확산 속도는 사실을 다룬 뉴스보다 평균 6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확산의 기저에는 새로운 정보를 검증 없이 빠르게 소비하려는 인간의 심리가 자리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보 처리 과정은 단순화되고,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으로 이어진다. 반복된 정보가 사실처럼 인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의적 행위자들은 이 취약성을 틈타 극단적 콘텐츠를 증폭시키며,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

무기화된 정보의 공세를 사후 규제만으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은 시민의 비판적 사고, 즉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에 있다. 이미 핀란드는 2014년부터 교육문화부 주도로 ‘멀티 리터러시 교육’을 전 교과에 통합하고 다양한 매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왔다. 프랑스 역시 교육부 산하 전담기구 클레미(CLEMI)가 주관하는 ‘미디어 주간’을 통해 기자들과 학교를 연결하며 실천적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디지털 소양’을 포함했음에도 여전히 비교과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지금, 알고리즘, 데이터 편향, 저작권 문제, 인공지능 윤리 등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리터러시’로의 확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과거 황색 언론의 사주는 “그림을 보내라”고 지시했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다. 전쟁은 더 이상 국경 너머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속에서, 그리고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지 체계 안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쟁은 내가 만들 테니”라는 과거 오만했던 그 한마디가 또다시 실현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지켜야 한다. 조작된 이미지가 알고리즘을 타고 일상을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정보의 출처를 의심하고, 교차 검증하며, 그 이면의 맥락을 질문하라.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천현진 | 국립순천대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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