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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고서도 못 보고 찬반"...한국 주총 '졸속 의결' 이유는?

또 "소액주주들이 주총 일정과 전자투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공시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며 "카카오톡이나 증권사 앱 등을 통한 알림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사 보수도 단순...

"보고서도 못 보고 찬반"...한국 주총 '졸속 의결' 이유는?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운영 방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현행 주총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기관투자자 라운드테이블-상법 개정 이후 현황 진단 및 개선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코스피200 상장사 가운데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거나, 이사 수 상한을 설정하는 정관 변경 시도가 각각 10%, 12.5%에 달했다"며 "이는 집중투표제 취지를 훼손하는 명백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발언하는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왼쪽), 김우찬 고려대 교수/사진=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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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반대했음에도 ISS 등 해외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 의견을 내면서 실제 주총에서는 90% 이상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며 "결과적으로 자문사 영향력이 시장에서 과도하게 작용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안건에 대한 이해도와 분석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광범위하게 참고하는 현재 구조는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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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최근 상법 개정과 관련한 정책 방향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정권 변화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책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집중투표제 등 주주권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경우 기업과 투자자 모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권과 무관하게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주총 의장의 불공정한 진행, 외국인 및 전문경영인 이사 선임 부족, 지배주주의 이사회 통제 강화 등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며 "현재 주총은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함께 발제를 맡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총 일정과 공시 구조 자체가 '졸속 의사결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12월 결산법인의 주총 중 70.3%가 특정 3일에 집중되고, 소집공고는 주총 2주 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는 주총 1주 전에 몰려 공시된다"며 "이처럼 촉박한 일정에서는 투자자들이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내 기관투자자는 단기간에 수백 개 기업 안건을 분석해야 하고, 해외 기관투자자는 사업보고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고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찬반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총 안건과 사업·감사보고서를 최소 3주 전에 공시하고, 소집공고 역시 4주 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개인주주 참여 확대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의결권 기준일과 주총 시점 간격이 길어 주주 참여 유인이 낮다"며 "기준일 단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액주주들이 주총 일정과 전자투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공시를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며 "카카오톡이나 증권사 앱 등을 통한 알림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사 보수도 단순 한도 승인 방식이 아니라 실제 지급 구조를 구체적으로 주주가 승인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주총 시즌에는 단기간에 많은 안건이 집중되면서 개별 안건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보다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시 일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기업 측 입장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담과 균형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기업들도 지금 주총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것도 의도라기보다는 외부 환경과 실무적인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시 기간 확대에 대해 "주총 공고를 4주 전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제표 확정, 감사보고서 작성 등 일정과 맞물려 현실적인 부담이 상당하다"며 "특히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조기에 완성해야 하는데, 현재의 회계·감사 일정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공시만 앞당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본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결국 투자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 시점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기업의 준비 기간과 실무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자투표 확대, 주총 안내 방식 개선 등은 비교적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소액주주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현재 주총 구조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주총 일정 분산과 정보 접근성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 측을 대표해 참석한 사라 리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 이사 역시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도 짧은 기간 내 다수 기업 안건을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충분한 정보 제공과 일정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지금의 주총은 주주들이 실질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정보는 늦게 나오고, 일정은 한꺼번에 몰려 있고, 의결은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총 공시 시점 문제를 지적하며 "주총 2주 전에 공고하고, 핵심 자료는 1주 전에 몰아서 내는 구조에서는 어떤 투자자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최소 4주 전 공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제도 개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총이 특정일에 집중되는 구조도 심각한 문제"라며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총 일정 분산과 공시 조기화는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의결권 자문사 문제에 대해 "ISS 등 해외 자문사들이 사실상 글로벌 표준처럼 작동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별 기업에 대한 이해도나 분석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 시장의 합리성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도 보다 일관된 기준과 선제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며 "결국 전체 시스템이 같이 바뀌지 않으면 주총은 계속 형식적인 절차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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