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돌진 1명 숨지고 29명 다쳐
경찰 검거 과정 남성 용의자 사망
시민 “단순 혐오 아닌 정치 행위”
‘베를린은 자유의 도시’ 불빛 추모
26일(현지시간) 무지개색 조명으로 밝혀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켜고 전날 성소수자 축제 행렬을 향한 차량 돌진으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당국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로 규정한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당했다. AFP연합뉴스
독일 베를린의 성소수자 축제에서 발생한 차량 테러 사건을 두고 독일 내부에서는 최근 유럽의 보수화·극우화 흐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의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극우 세력이 반이민 여론을 확대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일에서 게이 무슬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경찰관 알리 다르위치(34)는 27일(현지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일부 사람들이 느끼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없앨 수 없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르위치는 “성소수자로서 이미 괴롭힘과 혐오를 겪고 있는 우리가 이제 더 큰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무슬림으로서 우리 공동체가 이제 더 많은 인종차별에 노출되는 것인지를 스스로 묻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독일 사회가 더욱 분열될 것을 우려했다.
AP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베를린 중심부 브란덴부르크문 인근에서 열린 퀴어축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에 참여한 군중들을 향해 차 한 대가 돌진하면서 여성 1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다쳤다. 용의자로 지목된 압둘 발루트(21)는 26일 검거작전을 벌이던 경찰 특공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발루트는 온라인에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선전물을 공유했고 최근 시리아에서 IS에 가입하려다 실패했다고 독일 검찰은 밝혔다. 독일 당국은 이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의 개방사회, 삶의 방식,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갈 능력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독일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날 브란덴부르크문에는 수백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한 시민은 “어제 있었던 일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었다”며 “우리의 정체성, 존재, 공동체,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갈등은 최근 유럽 정치권에서 보수·극우 세력이 핵심 의제로 내세우는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사건 역시 반이민 정서와 성소수자 혐오를 동시에 자극하며 사회적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 독일 주요 성소수자 단체인 LSVD+ 관계자 안드레 레만은 AP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불과 몇년 만에 성소수자 혐오 범죄가 10배나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사회적 항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향후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슈피겔 인터뷰에서 “과거 우파 극단주의의 공격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득표율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이체벨레는 AfD가 민족주의적이고 반이민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이민과 안보 문제 등에 대한 독일 사회의 논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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