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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은사자상 ‘다우’ 주연 배우가 원래는 지휘자?

파격적인 해석과 공연 방식으로 ‘클래식계 이단아’로 불린 그리스 출신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오는 11월 처음 한국 무대에 서는 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이력이 있다. 배우다.

11월 첫 내한무대 앞둔 쿠렌치스

‘스탈린식 트루먼쇼’ 프로젝트로

소련 본뜬 세트서 생활하며 연기

흐르자놉스키 감독 “천재의 자질”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영화 <다우>의 한 장면. Phenomen Berlin 제공

파격적인 해석과 공연 방식으로 ‘클래식계 이단아’로 불린 그리스 출신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오는 11월 처음 한국 무대에 서는 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이력이 있다. 배우다. 특별출연하는 카메오가 아니라 주연으로, 12일(현지시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일리야 흐르자놉스키 감독의 <다우>(DAU)에서 그는 주인공 ‘레프 란다우’ 역을 맡았다.

<다우>는 196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소련의 천재 물리학자 레프 란다우의 삶에서 출발한 195분짜리 영화다. ‘다우’는 란다우의 애칭이다. 1928년부터 1968년까지를 배경으로, 천재 물리학자가 국가에 동원돼 핵무기 개발에 참여하고 과학과 권력,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결혼생활을 비롯한 개인의 삶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흐르자놉스키가 이 작업에 착수한 것은 2006년이다. 쿠렌치스와의 인연은 그보다 한 해 앞서 시작됐다. 2019년 1월 영국 가디언이 ‘스탈린식 트루먼쇼’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를 보면 두 사람은 2005년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났고, 흐르자놉스키는 쿠렌치스에게 란다우 역을 제안했다. 당시 쿠렌치스는 33세였다.

왜 전문 배우가 아니라 지휘자를 주연으로 택했을까. 감독은 란다우라는 인물만큼이나 ‘천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천재는 제게 고대 영웅과 같은 존재이고 신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라면서 “쿠렌치스는 어떤 배우도 표현할 수 없는 천재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흐르자놉스키는 지난 9일 베네치아뉴스 인터뷰에서도 “쿠렌치스가 란다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우의 상황 속에 존재하는 쿠렌치스”라고 덧붙였다.

‘클래식계 이단아’로 불리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가 주연을 맡았다. 위키피디아

애초 전기영화로 시작한 작업은 영화와 미술·인류학·건축·퍼포먼스가 뒤섞인 거대한 프로젝트로 커졌다. 2009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는 소련시대 비밀 연구소를 본뜬 대규모 세트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실제 과학자와 예술가,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들어와 이 안에서 당시의 옷을 입고 먹고 자며 일상을 이어갔다. 쿠렌치스는 약 1년간 영화 촬영에 참여한 뒤 다시 2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연구소에서 생활했다. 한번 들어가면 며칠씩, 혹은 몇주씩 머물렀다고 한다.

주요 촬영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이뤄졌다. 촬영분은 약 700시간에 이른다. 이 방대한 영상은 영화로 곧장 완성되지 않고 여러 작품으로 갈라져 먼저 공개됐다. 소련 비밀 연구소 카페에서 일하는 여성이 외국인 과학자와 가까워지면서 국가보안기관의 감시와 심문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다우. 나타샤>도 그중 하나다. 이 작품은 2020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올해 베니스에서 선보인 <다우>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작품으로, 과거에 찍은 영상과 최근 촬영한 장면을 다시 엮어 195분짜리 영화로 완성했다.

영화 밖 논란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우>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자 이 프로젝트와 러시아 자본·국가기관 사이 연관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쿠렌치스가 러시아 국적을 받아 활동해왔고 러시아 국책은행·문화기관의 후원을 받아온 이력도 거론했다.

흐르자놉스키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현재 독일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영화제 기간 중 기자회견에서 “쿠렌치스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평화와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쿠렌치스는 오는 11월17~18일 이틀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이 2022년 창단한 유토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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