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전 울산시장·전 국회의원
행정에 몸담았던 지난 시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법과 원칙이었다. 정책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법치주의라는 국가의 기본 원칙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최근 모 교회 총회장에 대한 재판을 보며 다시 한번 법치주의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법원은 오직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여론이나 정치적 분위기가 사법적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지만, 동시에 누구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에 유죄로 단정되어서도 안 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기본이다. 법치주의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행정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지역사회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다. 종교는 신앙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공동체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 교회와 관련 봉사단체 역시 코로나19 당시 혈장공여를 비롯해 참전용사 지원,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활동은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과 대한적십자사 감사패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도 일정 부분 인정받아 왔다.
물론 이러한 공적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결과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 사법적 판단은 철저히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법적 책임에 대한 판단과 사회에 기여한 공적에 대한 평가는 구분되어야 한다. 한 개인의 재판이 종교단체 전체의 봉사활동과 사회공헌까지 모두 부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균형 잡힌 시각은 민주사회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은 인도주의적 관점이다. 이 총회장은 95세가 넘은 고령으로 알려져 있다. 구속 여부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 법률상 요건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연령과 건강 상태 역시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며 재판을 진행하는 것 또한 법치주의가 지향하는 가치 가운데 하나다. 국가는 법의 엄정함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성숙해진다. 원칙을 지키되 사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법치국가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과 편견보다 사실과 원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법은 법으로 판단받고, 종교는 사회에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실천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지켜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전 국회의원
박맹우
댓글
0